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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21. 2020

나는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그냥 나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남편과 결혼해서 흔한 남매를 키우고 산다.

지독히도 자기 계발에 미쳐서 하루 활동량이 두배, 세배.

그 활동량은 몸이 아닌 머리.

내 머릿속은 늘 풀가동이다.

이런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무기력해지기 시작한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다고 누구한테 얘기한들 주변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공감도 받지 못한다.

예민한 기질은 타고나서 생각의 가지가 수백 개라서 뭐하나 결심하고 쉽게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다.

생각에 결심만 수십 번 반복하는 이유이다.


시간에 쫓기는 삶에 지쳐 육아휴직을 던지고 회사 밖을 나왔건만 육아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일이 자기 계발로 바쁜 엄마는 나쁜 엄마로 비치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아빠에게는 말이다.


남편이 생각하는 엄마상은 자기 계발에 미친 여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엄마이다.

본인의 입으로 그렇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쓸 때 없이 예민함이 타고나서 눈치만으로도 너무 잘 안다.

'결혼 전에는 자기 계발 열심히 하고 부지런해서 내가 좋다며?!' 이 말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남편도 할 말은 있다.

그 부지런함이 결혼하면 아이들에게 향할 줄 알았는데 변함없이 본인에게 향하니 이기적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오빠, 내 육아휴직 그만하고 일하러 다시 나가고 싶다"

"처음에 육아휴직했던 이유가 뭐였는지를 생각해보고 말해라"

"물론 시간에 쫓겨서 애들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

"근데...?"

"오히려 회사 나갈 때보다 내 시간이 더 없고, 애들하고 적절히 떨어져 있는 게 나한테는 좋은 것 같아"

"하하"(자기 자식이 힘들다고 말하는 엄마인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이다)

"..... 진심인데..."

.

.

.

"니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네 거 못 챙기면 엄청 화낼 것 같다" 


평소 표현 안 하는 남편이 한마디 던지는 순간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따져 묻고 싶지 않았다.

육아휴직 후 헌신적인 엄마와 아내상이 되어주길 바라는 게 남편의 바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라는 걸 알아서 애써 모른 척 해왔기도 했고, 남편도 알겠다고 했었다.

남편의 입 밖으로 그런 말이 나오는 순간 이전에 이미 끝난 얘기인 줄 알았는데, 예민한 기질의 나는 또다시 울컥하고야 말았다.

자기 계발하는 사람들 자체를 이해 못하는 남편으로선 내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자체가 이해되지 않으니 무심코 던질 말일지도 모른다.


'남편이 바라는 희생의 아이콘 여성으로 살아가야 행복할까?'

'아이들과 적절히 떨어져 일하고 자기 계발을 하며 나로 살아가는 게 행복할까?"


나는 결코 이기적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나'이고 싶을 뿐이었다.


가치관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대화를 통해 맞춰가는 과정에서 이런 트러블은 숱하게 일어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노력한다.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이해를 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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