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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22. 2020

결혼해도 될까요?

우리 둘 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시댁의 경제적인 사정을 헤아려 도움받는 것을 눈치껏 거절하고, 나의 의견이나 경력을 우선시하기보다는 0 씨 집안의 며느리 도리를 다하기 위해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시부모님의 손주 좀 보여 달라는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젖병, 보온병, 기저귀 가방 등 한 짐 싸들고 시댁에 방문하여 아이 얼굴을 보여주고, 가장인 남편의 무거운 어깨를 펴주기 위해 육아와 맞벌이를 병행하며, 살뜰하게 집안일까지 하는 여성. 나는 그런 '가성비 좋은' 아내이나 효부 역할은 거절하겠다.


<우리 둘만 행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의 179 페이지


시댁의 경제적인 사정을 헤아려 도움받아 거절 따위는 없이 불려 다니고, 나의 의견이나 경력 따위 버려두고 0가네 집안의 큰며느리로 천만다행 첫아들을 낳아서 잘 키우고 있고, 시부모님이 밥 먹으러 오라 하면 '손주 얼굴 보고 싶으시구나' 알아서 재해석해 가방에 젖병, 보온병, 기저귀 가방 한 짐 싸들고 시댁에 방문하여 아이 얼굴 보여드리고, 가장인 남편도 효도하는 기분인지 좋으니 나도 덩달아 사랑하는 남편 얼굴 보며 나를 위로할 뿐이고, 육아와 맞벌이를 병행하며, 살뜰하게 집안일은 못해서 친정엄마에게 넘기고, 나는 그런 가성비 좋은 아내와 효부 역할을 하면서 깨달았다.


"너무 애쓰지 마. 네 마음이 원하는일만 해" 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지독히도 '나로 살아가겠다'라고 몸부림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늘 듣던 얘기가 있었다.

"우리 oo 이는 복이 많아서 잘 살 거야"

세뇌가 무섭게 작용되어서인지 늘 긍정마인드였다.

나는 복이 많아서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나에게 자신감만 안겨줬고,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였던지 실패할 것 같으면 시도하지 않는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만 같은 일에 도전했다.

한마디로 내 사전에 모험 따위는 없었다.

자기 계발에 중독되어 안정적인 직장을 떼려 치우고 도전이나 모험을 해보려 치면 온갖 현실과의 타협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잘 이루어져서 평탄하게 아주 잘 살아왔고  또 잘살고 있다.


결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을까?

크게 모험을 즐기는 남자를 옆에 둘 생각도 없었고, 집안이 안정적이고 성격마저 바르고 정직한 FM의 성격을 지닌 남편은 나에게 이미 점지된 남자였을지도 모다.

나 스물여덟, 남편 서른둘에 만나 2년을 연애하고 결혼했으니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알았고 ' 이 남자라면 평생 내 가슴에 못 박을 일은 하지 않겠네'라는 믿음만으로 결혼을 결심했다.


그 정직한 성격에 나를 만나기 전 그리 신나는 연애를 많이 못했던 탓 인지, 내가 처음 지금의 시부모님께 인사차 방문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예비 시아버지께서는 "내가 그렇게 여자 친구 한번 데려오라 해도 안 데려 오더니 오늘에서야 소원을 푸네, 뭐 좋아해요 아가씨?"라고 말을 건네며 맛있는 저녁을 사주시겠다며 환대하셨고, 예비 시어머니께서는 처음보는 나에게 예쁜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시며 맞아주신 탓에 '아... 난 정말 복이 많구나, 엄마 말이 딱 맞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은  더 가속도가 붙어,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환영받고 행복한 마음으로 완벽하게 시작한 결혼도, 영원히 완벽할 수만은 없다.

나에게 결혼은 안정적인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을 자주 겪게 했으며 지금 생각하니 참 많이 단단해졌다는 느낌마저 든다.

결혼하기 전에 누군가 나에게 결혼이란 이런 거라는 말을 해주었더라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알고 조금더 천천히 결혼을 했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로 누군가 나에게 알려줬더라면  나처럼 생각이 많고 예민한 기질의 사람은 아마  결혼을 하지 못하고 싱글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으면, 나와 사랑하는 남자 둘이 결혼하는거라는 환상따위는 미리 버리는게 나의 심신에 좋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무서운 핏줄에 얽힌 결속력은 떼어 낼 수 없다.

더구나 시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그에 대처하는 남편에 따라 그에 맞서는 나의 성격에따라 다 제쳐두고 며느리 역할만 자처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혼은 결코, 절대 둘이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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