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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Aug 02. 2020

치유중입니다

남편이 갱년기냐고 물었다

가끔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좀 못먹지 못해서

좀 이기적이지 못해서

상황에 이끌려 가다 보면

안된다고 거절을 못해서

이런 내가 너무 답답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나의 욕구를 참아내야 할 때

머리와 마음이 달리가니 너무 힘이든다.


성인이 되고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로 그렇게도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다녔다.

한마디로 자기 계발에 미쳐 지내왔다.


이제 아이들도 좀 컸고, 본격적으로 좀 더 미쳐보려고 하니

시작조차,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공무원 신분.

기타 어떤 소득도  발생하면 안 되며 대사업 소득 빼고는 모두 기관장의 허락을 받도록 되어있는 공무원 신분.


고민 끝에 용기 내어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남편, 다음 달에 휴직연장서 쓰러 나가야 하는데... 연장 말고 사직하면...? 이제 아이들도 좀 컸고 아이들 키우면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경험도 쌓고,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물론 그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깨닫게 될 수도  있겠지만...나 대책 없는거 아니고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는 지금보다는 훨씬  살 수 있을것 같... 다른 방법이 을까?"

".................."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해봐! 넌 뭘 해도 잘할수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듣고자 했던건...

과한 욕심었다

.

.

.

"네가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는 거 알고 결혼했고, 가끔은 저 열정이 어디서 나오나 싶을정도로 부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부잣집 남자 만나서 결혼했으면 니가 진짜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싶고... 그런 생각한다. 퇴사 얘기 처음도 아니고 도돌이표처럼 반복하게 되는데...?"

.

.

.

오늘은 남편의 분위기가 평소와 많이 다르다.


"..... 엄청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데... 위아래로 꽉 막힌 그 공간으로 다시 들어가면 숨 막혀 죽을 것 같고... 살림에 육아만 하기에는 흐르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경험도살 겸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데, 아니 좀 다른삶을 살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이 너무 힘다...!!"


".... 나도 이 조그만 회사에 남은 건 사명감뿐이다. 나라 안힘들겠나?

 아버지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업이기에...지금 네가 하고 싶은 거 못하게 하는 내 마음도 많이 불편한데... 우리 네 가족 생계가 위협받지 않으려면 한 명은 안정적인 소득이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고... 은연중에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대답을 못했던 거고..."


남편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 너무 커

".... 응..."

'이 철부지 나...쯧...'

자책할 뿐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그 대화의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며칠이 지났음에도  혼자일 때면 그렇게도 눈물이 났다.


루에도 몇 백번씩이나 머리에는 복직과 사직이 오갔던 고민의 시간 끝에 용기 내어 말했는데 거절된 것 같은 부정적 마음이 더 커서였을까.

이기적이지 못한 나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었던것 같다.

늘 그랬듯, 언제나 그랬 더 속깊고,

좀 더 배려깊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남편.

.

.

.


"거절. 거부"라는 정적 감정이 더 컸던 건지 상하게도 눈물이 흘렀다.


분명 내가 알고있는 내이였다.

토닥거려줄 시간이 필요했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 있었 나는 그렇게 말없이 기다리는 내가 되다.

없이 조용한 내가 진짜 나인 듯 살아가지만, 가끔 너무도 튀고 싶어 하는 나는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라는 혼란스러움을 직면할 때마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부단히 도 애썼다.


에이, 사람은 누구나 상처나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 모르고 살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그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게 그냥 너인 거야!


그럼에도 온갖 심리검사며 성격검사를 해보고, 관찰일기, 분노 일기, 감사일기, 하루 일기를 쓰며  노력 끝에 알아낸 게 내면 아이의 모습이었고 후천적으로 형성되어버린 나의 성격까지도 알게 었다.


지금 흐르는 눈물은 남편이 미워서가 아니라는걸 알기에, 이렇게 글로 옮기며 마음을 추스 수 있게 고, 나를 토닥일 수 있게 되었다.


"남편, 나 갱년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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