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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12. 2021

공무원 합격이 목숨보다 중요할까

단 하나의 목표가 주는 이면성

나는 공무 처우를 받는 국공립대학병원 13년 차 직장인이다.

의도치 않게 맞이하게 된 상실감.

ai에게 일거리를 빼앗겨버린 지금.

일이 주는 의미를 잃어버려 방황의 시간이 길어지던 중 메인 잡이 아닌 부수적인 일을 하던 중 응급실 차트를 접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공무원 자리가 목숨과도 같았다니...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뭔가 기분이 머쓱하고 이상했다.


월요일 아침 주말 사이 다녀간 응급실 환자기록을 보며 일처리 하느라 바쁜데 계속 불편하다...

약물자살시도, 성폭력 내원 기록...

반적이지 않은 기록내용을 접하다 보면 인찌푸리며 뚫어져라 쳐다보게 된다...

20대부터 70대까지...

자살시도를 하는데 연령대도 다양하다...

어떤 사연인지 마음이 아프다...


"죽을힘으로 살지!"

이전에 어떤 방송에서 죽을 만큼 힘들어보지 않으면 저런 말을 입에 담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던 인터뷰어가 생각이 났다.

내가 살아가는 데 뭔가 내 뜻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을 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결국 목숨까지 끊도록 만든 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 둔 건, 과연 누군가의 잘못일까?


스무네 살 여자 환자였다.

약병과 함께 엎드려 의식을 잃은 딸을 아빠가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세상을 다 얻을 것만 같은 마음으로 오랜 시간 공부에 임했다가 계속 낙방하니 희망을 잃어서였을까...


지금 내 나이 마흔에 스무네 살 그때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아서, 이십 대의 열정과 시간이 아까워서 미치도록 좋을 것만 같은데.

ai에게 메인 잡이 밀리고 알 수 없는 기분에 일을 하며 시간을 전공 선택하던 그때로 돌리고 싶은 마음으로 사이드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스무네 살의 젊은, 어쩌면 어린 여자남은 긴 시간 몽땅 버리려 했다니...

내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공무직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맞이하는 나로서는 더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20대 때의 나를 돌아보았다.

중소병원에 정규직으로 오랜 시간 일을 하다 대학병원에 계약직으로 이직하던 날.

비록 계약직이지만 대학병원에 입사했다는 사실이 마치 대단한 꿈을 이룬 것만 같았다.


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 전공, 그리고 그 전공을 살려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

이 목표가 가지는 뜻이 무엇인지도 무슨 의미를 가지는 줄도 모른 채!

'큰 회사 들어가면 큰돈 벌고, 시집도 잘 간대'

마치 세상이 정해준 정답 안에서 세뇌된 나의 정해진 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이 길을 너무 만족해하며 산다면 평생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마흔이 된 지금 순간에 더 진로를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면 참... 인생은 더 알 수 없기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그냥 살아보기를 여자 환자를 붙잡고 얘기하고 싶었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자살시도를 하기까지 아빠는  딸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으며 어떤 관계 속에서 지내왔을까? 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어봐가며 어른의 지혜로 조금만 방향을 풀어줬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라는 생각 해보았다.


나도 아이를 키우 부모지만 부모가 바라는 내 아이에 대한 기대상은 정해져 있다.

아이가 어려서 진로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보장될 미래를 생각하며 공부를 시키고 인성은 이런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표본은 머릿속에 있어 늘 정답을 찾거나 요구하게 된다.

무섭게도 나와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선천적 기질이 드러날 때마다 한숨을 쉬지만!

후천적으로 갖춰지게 될 성격 형성을 생각하며 훈육과 함께 애쓰살아가고 있다...


스무 살이 된 성인이라면 이미 타고난 기질에 후천적인 영향으로 이미 형성된 인격체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결국 자기만의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한 인격체가 되어있을 거기에! 세상이 요구하는 잣대와 틀 안에서, 꽃 피울 20대들을 가두지 말았으면 한다.

자체로 꽃 피울 수 있도록 바라만 봐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부모의 입장이 되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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