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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14. 2021

신경정신과에 예약했다

웃고 싶은 건지 울고 싶은 건지

"상실감 :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후의 느낌이나 감정 상태."(네이버 어학사전)


당장 누구라도 붙잡고 내 얘기를 하고 싶었다.

가장 가까운 남편이나 나 대신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친정엄마에게 털기에는 모든 문제가 함께 얽혀 있었다.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부서 인원도 줄고 입지도 줄어든 내 자리에서 내가 살아남아서 즐거운 게 아니라

이제 그 자리에서 다시 또 잘하려고 애쓰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회사는 한 번도 내 편에 서준 적이 없는데, 왜 나는 매사 최선을 다하려고 드는 거지?!

이런 내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상실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부속품의 모습을 준비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미친 거 아니야?!'

욕이 나왔다.

막상 나가면 뭐해 먹고살지 고민하는 것도 싫었다.

어린아이 같이 늘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던 나라서, 그래서 자기 계발에 미쳐 열심히 살았는데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애잖한데 싫었다.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해서 눈물도 나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도대체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 걸까?

.

.

.

부서를 흙탕물을 만들던 그 사람이 나간다는데,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엄청 즐거워야 하는데,

조직 안에서 지속되던 문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간이 해결해준 내 마음을 다잡고 포기하고나니...

긴 시간 동안 이미 마음이 아플 만큼 아파봤고,

무식하게 얹힌 책임감으로 때려치우지는 못하고 잠시 그 순간을 피해서 육아휴직도 다녀와봤고,

그래서도 이제는 감정이 무뎌져 감흥이 없는데 업무가 기계에 대체되어서,

필요가 없는 인력인 듯 인지되어버린 채 남게 된 이 기분을.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는 지금 내 마음이 너무 아파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순간순간 울컥해서 통제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온갖 소문에 휘둘리며 두통이 오거나 속 쓰림이 오면 약을 먹지만, 내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상실감이 이렇게 큰 거였구나.

단지 상실감이라고 명명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인파 속에서 섞이지 못하고 혼자 외떨어진 느낌의 기분을 자주 겪고 있는 중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올리고, 내 감정을 깊이 묻어뒀던 걸까?"

" 정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혼돈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으니 참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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