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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l 09. 2021

월급루팡 해보셨어요?

나를 예의있게 대하자

"공문 떴다"

"네?"

"들어가서 봐봐"


'업무 관련 기계의 도입으로 해당 인력의 감축효과가 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걱정하던 주변 다른 부서 직원들의 눈빛이 현실과 맞닥뜨려진 순간이었다.

나를 포함 감축효과의 해당 인력들은 그렇게 월요일 아침부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어느 부서로 보내질지,

나의 자리는 어떻게 될런지,

술렁이는 아침에 애써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뚫어져라 의미없는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일이 없으니 기사문을 읽어 내려가며 '월급루팡' 중이다.

(월급루팡 :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은 월급도둑, 월급 잉여 등으로 표현하지만, 여기에 도둑의 대명사인 ‘루팡’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네이버 국어사전))


다른 사람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흘러가지만 우리 사무실은 살짝 긴장감이 맴돌 수밖에 없다.

평소처럼 업무 관련 전화벨만 울려도 깜짝 상위그룹 누군가의 호출은 아닐까 놀라기도 한다.

당연히 우리들의 행보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늘도 회사의 부속품으로 어디에 끼워 맞춰질지 기다리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자그마치 나이 마흔이면 한자리 하고 있을줄 알았으니까.

지금의 내 모습도 내가 순간순간 선택해온 과정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이 상황쯤 되면 상부 임원을 찾아가 "저는 이런 재능과 기술이 있어서 oo부서에 보내주신다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해서 성과를 낼 자신이 있습니다! "라는 주관이 뚜렷한 능력 있는 프로일잘러로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인물은 되어 있지 못한 걸까?

정말 가진게 없더라도 자신감 하나만 장착해뒀어도 회사에서 반은 먹힐 텐데...

이런 인재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사회가 요구하는 형상일 뿐, 나는 아니었다.


막연한 셀프 위로와 함께

'여기서 정년 퇴임할 거 아닌데 뭘 걱정해?'

'퇴사하면 뭐할 건데? '

'아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그냥 내 발로 나가려고'

'자존심이 밥먹여 주냐?!'

'아니...그건 아닌데...'

불안과 두려움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고 이러한 감정들도 몇 번이고 오르내렸지만,

지금에까지 온 것은 그러한 나의 감정들을 무시하며 애써 외면해온

'뭐, 어떻게 되겠지' 방치해온 나의 감정에 무책임하게 대했던 태도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예고후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지닌 지금이라면 내가 단호한 결단을 내리고 다른 환경에서 다른 일을 하며 자그마치 지금과 같은 불안과 두려움을 맞닥들이지 않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시간동안 나에 대한 탐색의 과정을 거치며 여전히 탐색을 핑계로 그렇게 현재에 중독되어 박차고 나가고 있지 못한건 아닐까라는 나에대한 부정적인 견해마저도 생겼다.

변화를 꽤 하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순간에 몰려드는 나의 감정과 태도에 예의를 갖추어 귀 기울인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늘 적절한 현실과의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게 가장 큰 난관이지만!

현실에 보여지는 내가 전부가 아니기에.

적절한 타협 말고 그냥 직관이 끌리는대로.

 "좋은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것(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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