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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n 29. 2021

승진에서 누락되었다

신입사원 생활백서

승진 명단이 떴다.

승진에서 누락되면 인생의 루저가 되는 건가?

상대적인 지표로 얻는 결과이니 루저가 될 수밖에 없겠다.


나는 똑똑한 신입사원이 아니었다.

어른들말 고분고분 잘 듣는 시키는 대로 잘하는 평범한 신입사원이었다.

회사에 대한 관심보다 늘 즐겁게 살고 싶은 한량이 같은 기질이었기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온갖 복지를 다 누려가며 13년째 롱런 중이다.

덕분에 승승장구하는 프로직장러가 되지는 못했다.

늦은 나이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가지고 큰 회사에 28살에 신입으로 입사를 한통에 입사하자마자 조금있다 결혼하고, 질병휴가, 육아휴직, 탄력근무까지... 온갖 복지혜택은 다 누리며...

'그러고 보니 참 미운 신입사원이긴 했네...'

큰 회사가 주는 안정적인 월급과 복지혜택은 나에게 꿀 같은 안성맞춤이긴 했다.


둘째 육아휴직까지 마치고 복직한 날, 결정적으로 나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어떤 한 사람. 그리고 나라는 사람.

나 없는 사이 어떤 새로운 사람이 우리 부서에 발령받아 와 있었다.

소문이야 어찌됐던 내가 경험해봐야 아는 거라, 굳이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우리 부서가 아니 어쩌면 내가 흙탕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가 둘이라 워킹맘인 나는 이미 정신줄 노력하에 붙들어 메며 다니고 있었는데, 조용하고 온화했던 경쟁 없이 동글동글 돌아가던 사무실에나는 뾰족뾰족 가시가 서고, 평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문젯거리가 되면서 타 부서와의 마찰도 잦아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과정에 수습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그래도 좀 힘있는 사람에게 찾아가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보지만 결국 해결은 문제를 겪고 있는 본인들의 몫이었다.

그 누구도 내가 , 그리고 우리가 격고 있는 감정노동까지 책임지고 해결해 줄 이유도, 해결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유인즉슨, 그 사람이 죄를 저지른 건 아니니까.

부서 내부를 흙탕물을 만들고 있는 사실이 제삼자가 보기에 죄는 아니니까. 

누군가가 계속 수습해주면 해결될 일들이니까.

누군가만 미치고 답답할 뿐이었다.

'아, 조직의 한계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거나 아주 잘 참고 살거나...'

어느 조직을 가나 다 내 마음만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잘 참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데...


시간이 좀 지나서 때가 되니까 그 사람 승진도 된다.

다시 한번 강조되지만,

흙탕물을 만드는 게 죄는 아니고 때 되면 승진시켜주는 보수적인 집단의 모냥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만 성격도 가시같지만 회사를 위해 애쓰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회사를 다니지만 그렇게 회사만을 위해서 애쓰지 않는 사람중에 누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것인가?


내가 사장이라면?!


회사가 개개인의 힘든 감정이나 애로사항까지 신경 써줄 필요는 없.

뒷수습하고 사람을 감당하는 것은 결국 부서 내부 개개인의 몫이자 나의 몫이었다.


그 사람과 똑같이 미친짓을 하면서 살아남거나, 타인의 문제 를 크게 문제삼지 않으면서 지내면 되는거였다.


나의 창의성 따위 억누를 줄 알고,

불의를 보면 눈감을 줄도 알며,

어른들(상사)의 말이라면 그 말이 틀렸을지라도 고분고분 따를 줄 알며,

일 크게 만들지 말 것.


회사생활 롱런하는 뉴얼이 나름 있었다.

이런 메뉴얼을 잘 따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입사할 것!

'신입사원 교육할 때 이런 중요한 사실은 왜 알려주지 않는 거지?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만약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말고 내가 원하던 꿈의 직장에 입사했다면 충분히 참고 견디며 인내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언제든지  나갈수 있는 실력을 장착해가며 다음의 커리어 준비 하면서 회사생활에 임해야 나중에 덜 억울할 수 있다.

여러 직무를 경험하며 나랑 맞고 맞지 않은 것을 걸러낼 수 있는 경험을 쌓으면 좋겠지만, 조직이 클수록 그럴 확률은 아주 떨어지긴하다.

지금 내가 쌓아둔 특별한 실력이 없는채로 그 사람이 싫고 짜증난다고 나가버리면 나만 손해인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여기저기 부서 지원도 해보고, 최대한 많이 회사 안에서 나를 찾아갈 수 경험을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면서 쌓아서 언제든 자신있게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게 참 좋을 것 같다. 

회사도 직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이야말로 오래갈 수 있고 또한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월급 받으며 복지혜택 누리며 입사와 동시에 창창한 까지 보장받은 것처럼 시간을 흘려보다가는 지금처럼 일 년이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회사의 노예로 발목 잡혔다가 쓸모없다고 버려질지도 모를 일이니 더욱 신차려야 한다.


나는 인생을 늘 즐겁게 살고 싶은 한량이 기질 때문에 회사 안에서 말고 퇴근하고 요것 저것 엄청 설치며 배우며 만지고 다녀서 회사에서 가지고 나올 기술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내 미래가 그렇게 걱정 되지는 않지만 무언가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조금 덜! 밑바닦이 될지 고민하느라...

책임져야할 가족이 늘고보니 한량이 기질은 진즉에 접었고, 현실과 타협은 좀 많이 해야겠고...

이 멀티플 한 것들이 회사 밖에서 어떻게 나만의 세상으로 엮어 나가질런지 고민하다 무아지경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늘 에너지가 바닦인 이유다.


승진에서 누락한 것에 대한 감흥은 덜했는데 예민한 감각으로 주변 타인의 눈빛을 느끼는 것이 참으로 불편하다.


때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이유를 몸소 느끼는 중이다.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감정 소모 체력소모를 하는 중인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내가 누군가를 돌보듯 나를 돌본다면 3~5년 후에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의 인생설계 질문 중 한 문장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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