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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n 17. 2021

이제 그만 퇴사하세요

직장인이 점(占)보러 갈때 기대하는 말

불안(不安)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 네이버 어학사전 -


지금 나는 세 개 뜻을 다 앓고 있는 듯하다.

불안도가 높아지니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거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살아간다.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들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불안'이라고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사주팔자, 신점을 많이 찾는 이유기도 하다고 하니 '그래, 나라고 특별하겠어?' 생각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으로(AI의 일환) 내 업무가 1/3로 줄었고, 그래서 우리 부서는 이제 인원감축을 해야 하고 이 일이 얼마 전 공론화되면서 내가 어디로 발령이 날지, 또는 내가 어떤 다른 업무를 맡게 될지 정말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발령 나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자꾸 내 마음을 내가 후벼 파고 있었다.

그래서 3개월 전 휴직 당시 더 복직을 망설이고 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 마저 남은 육아휴직을 연장했어도 됐었다.

무급휴직의 연장이다 보니 주머니도 비어 가고, 무엇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코로나를 겪으며 아이들 위해 삼시세끼 밥 차려 내고 청소하고 일상의 반복 안에서 지쳐있던 탓에 그냥 일하러 나가고 싶었던 마음도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복직을 결정하고 출근한 첫날!

반가움에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데, 동시에 걱정하는 표정들이... 느껴졌다.

'이제 oo실 어떻게 돼요?'

'뭐 들은 건 없어요?'

반가움과 염려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음 다잡고 열심히 적응하는데만 신경 쓰기로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내 마음 상태는 이모 냥이다.

이 말 하려고 한건 아닌데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내 마음이 이러해서 얼마 전 다녀온 점집 이야기를 하려 했던건데...결론은 뭐 늘 그렇지만 '내 안에 답이 있다'이거지만 2월에 예약했던 곳을 이제서야 다녀왔다.

2월이고 연초라 예약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최근에 다녀온 이후 친구가 본인도 알려달래서 예약해보라고 번호를 줬더니 거기가 그렇게 용하냐며 3개월 뒤로 예약을 잡아 주더라고 했다.


'이거 이제 보니 전략 아냐?'

나는 또 쓰잘 떼기 없는 생각을 해본다.

'불안해하는 사람 마음도 모르고 3개월뒤는 너무 길잖아!''

내가 원하는 대답을 못 듣고 와서 뿔난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점집을 방문하기 전에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이렇게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었나?'

'아냐, 본래 대기업 회장님들도 점집을 자주 찾는다고 했어'


그렇게 자동차에 찍힌 내비게이션을 따라 꾸불꾸불한 길을 올라 산 중턱쯤 높은 자리에 차지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고.. 이렇게 높은 곳에도 사람들이 사는구나... 경치 하나는 끝내주네'

사업하고 있는 남편의 회사의 내부도 조직적으로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내 일자리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았기에 원하는 대답을 정하고 갔었다.


빼꼼히 대문이 열려있는 줄도 모르고 벨을 눌렀더니,

"그냥 들어오세요!"

화들짝, 깜짝 놀라 신발 벗고 조용히 들어섰다.

그런 곳에 가면 몸이 수그러 드는 건 나만 그런가...

뭔가 화려한 한복과 부채와 등등이 놓인 방에 조용히 들어섰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누구부터 보실 거예요?"

"아, 남편요"

"이름, 생년월일 불러주세요"

'시(時)도 알아왔는데... 필요 없나 보네'

줄줄 줄.... 어쩌고 저쩌고...

그냥 지금 생각대로 하고 있는 대로 흘러가는 내용들을 뱉어주니 안심되는 기분?! 딱 그 정도였다.

남편은 힘든 내색 안 하는 사람이라 조금 궁금하긴 했는데,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었다.


사실 내가 제일 궁금해서 예약한 거다! 드디어 내 차례!!

보살님은 올해 뭘 조심하고 어쩌고 저쩌고...( 다 관심 없고.. 저...)

"저 지금 퇴사해도 돼요?"(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을 뿐이고! 그냥 이것만 궁금했을 뿐이고! 근데 그걸 왜 여기와서 묻는거냐..)

"그만두면 뭐하시게요?! 아마 집에서 육아만 해라해도 본인이 못견딜껀데요?본인을 위해서라도 평생 일해야해요!딱 붙어 있으세요!기다리세요(원하는 답변이 아니라 이미 마음 상했다, 뭘기다리라는거야)"


'보살님은 뭘 해도 잘할 사람이니까 지금 당장 퇴사하고 하려고 하는 거 있으면 얼마든지 시도해보세요~ 다~잘될꺼예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흔에 퇴사를 결심하는 게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고, 게다가 남편을 설득시킬만한 그렇게 평소에 믿 주는 여자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애착도 없는 그 불안한 일자리에 다시 가는 거는 너무나도 싫었기에...

그냥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확신을 얻고 그만두거나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약간의 확신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아주 컸었던 것 같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그런데 지금 많이 힘드실 거예요, 뭔가 맘대로 안되고 답답하고 그렇죠? 거기 직장 주소가 어딘지 불러봐요"

....

"게다가 거기 oo구 땅기운이 보살님이랑 안 맞네, 본인이 귀도 얇고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가지고 계속 바깥으로 새네! 잘 참아봐요, 꼭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직장 관두고 하지 말고 그냥 따로 계속해요! 그리고 이마 가리지 말고 다녀요! 거기 복이 다 있으니까"

본래 이마가 넓어서도 머리숱이 없어서도 가릴 수도 없다.

에... 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지금 이 기분을 견뎌내는 게 참으로 불편하고 힘이 든다.

원하지 않는 부서로 발령 날 거라는 일어나지도 않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명상'일까?

언제나 그렇듯 나만의 은둔행위를 행한다.

두 눈을 감고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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