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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Jun 08. 2021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양과 질

10살 딸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미국에서 해줬던 것처럼 쿠기먹으면서 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엄마였음 좋겠어'

"20년 일하는 세월 중에 최대의 고민이었어요, 나의 일 때문에 아이를 희생시켜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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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어요?"

(함께 방청 온 딸에게 진행자가 질문을 던졌다.)

"어우~너무 어려운 질문이세요, 저하고 얘기하세요"                                                                          

                                                   - 대기업 최초 여성 임원이 된 윤여순 (by 유 퀴즈 방송 중 한 장면)-


알 것 같았다.

출연자 '윤여순'님이 마지막에 저렇게 말씀한 이유를.

저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하셨던 그 마음을 왠지 알 것 같았다.


애지중지 길러온 딸,

어느새 훌쩍 자라서 성인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딸의 입에서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여테껏 확인해보려 하지 않았는데 확인하는 상황에 놓이니 왠지 모르게 피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생각되었다.

순간 순간 아이와 일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함께 해주지 못하는 거에 대한 부족함을 하나의 구멍처럼 가지고 살아왔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마음을 다져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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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 마음을 윤여순님의 마음속으로 투시해 버린것 같다.

딸의 대답을 기다리는 내가 조마조마했던 건 지금 내 마음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내 딸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1년 6개월의 육아휴직기를 거치고 복직한 지 두 달째.

회사에 적응하기보다 육아휴직기 때의 내 몸과 마음 상태가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서 티비속 출연자의 안해 하는 마음상태에  크게 공감하며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테지'

집에서 밀착해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엄마나, 밖에서 일하는 엄마나 스스로 엄마 역할을 너무 잘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아이들을 키워나가는 부모는 아마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키울 때도 그랬겠지만, 다들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 정답을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지나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영유아기, 학령기에서 혹이나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육아서도 읽고,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

그렇게 애를 쓴다.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타면서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습지 다 했어?"

"학원숙제는?"

"엄마가 말한 거 챙겨 왔어?"

퇴근과 동시에 엄마는 열심히 육아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올라타면서 부터 열심히 버퍼링 중이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밥을 차려먹고 아이들 숙제 봐주고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들려면 퇴근길부터 확인을 해두어야 편안하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기때문에...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혹이나 아이에게 '이것부터 물어도 되나?' 이런 생각은 들지만 그냥 말이 먼저 나온다........

그렇지 못한 날은 도착해서 미리 할일을 하지 않고 놀기만 바빴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신발을 벗을 때부터 날을 세우고, "숙제부터 해"를 입에 달게 된다.

가끔 엄마도 회사가기 싫은 날이 있듯이, 아이도 놀고 싶은 날이 있었겠지...생각하지만,

혹이나 습관이 흐트러지지는 않을까,

혹이나 이를 계기로 엄마랑 계속 놀려고하지는 않을까,

생각에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는 예민한 엄마라 어쩔 수 없구나...


조잘조잘 일거수 일투족 모두 얘기해주는 둘째 딸에 비해, 과묵한 첫째 남자아이는 아홉 살인데도 타고난 기질이 그런건지 윤여순의 아이처럼 감정표현이 솔직하지 않아서 엄마인 나는 아이의 표정을 읽어 내거나, 같이 누운 잠자리에서 유도질문을 통해 마음을 읽어내 보려 애쓰기도 한다.

별 내용이 없는 날은 오늘 하루 우리 아이들 무탈하고 편안하게 잘 지냈구나 생각한다.


"엄마 오늘 근데 oo이가 oo이랑 싸워서 벌섰어"

"둘 다 너랑 친한 친구들 아니야?"

"맞아, 근데 둘이 치고박고 싸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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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며 이 엄마는 오늘 하루 아이도 엄마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하게 보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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