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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슨 Jul 04. 2022

평범하지 않은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랑

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총평]

개인적으로는 6월에 개봉한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가졌던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6월에 개봉한 작품들 중 상당수가 사람들의 기대 그리고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단 영화 ‘탑건:매버릭’은 제외) 그러자 혹여나 이 작품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함이 있긴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개봉한 지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두 번 관람을 마쳤을 정도로 나에게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연출이면 연출, 연기면 연기, 이야기면 이야기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추가적으로 이 작품에는 많은 상징성과 이야기의 복선이 연출, 미장센, 인물의 대사에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최소 2번의 관람을 해보길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탕웨이]

가장 먼저 탕웨이 배우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탕웨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알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뿜어낸다. 그런 분위기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리고 고혹적으로 느껴지며 영화 속 ‘해준’은 물론 관객마저도 ‘서래’라는 캐릭터 그리고 탕웨이라는 배우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전혀 다른 성격의 ‘서래’를 연기하는 탕웨이는 ‘해준’과 관객의 마음을 더더욱 사로잡는다.

탕웨이 배우가 이 작품에서 더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중국인인 그녀가 영화 내내 한국말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그녀가 많은 한국어 말하기 연습을 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어색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영화가 오히려 이 부분을 역이용한 게 아닌가 싶다. ‘서래’의 대사에 고풍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말들 혹은 시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그런 풍부한 표현이 담긴 말들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서래’라는 캐릭터가 관객들 눈에 뜨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해준과 서래의 사랑]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장면이 나온다. 추락사한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러 온 ‘서래’에게 ‘해준’은 남편 핸드폰의 패턴을 알고 싶다며 “패턴을 좀.. 알고 싶네요”라고 말한다.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장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장면은 ‘해준’의 ‘서래’를 향한 사랑이 시작된 순간이다. 의도적으로 핸드폰 패턴을 알고 싶다는 말을 뒤에 배치하고 “패턴을 좀 알고 싶네요”라는 말을 앞에 먼저 배치하여 ‘해준’이 말한 ‘패턴’이라는 단어에 또 다른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의 구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래’는 옆모습만 노출시키는 반면 ‘해준’은 얼굴 전체 표정까지 보여준다. 그의 표정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표정은 영화의 전반부 내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부에서 ‘서래’의 모습은 아리송하다. ‘해준’도 그리고 관객들도 그녀의 진심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서래’도 ‘해준’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았지만 큰 확신을 갖기에는 힘들었다.

이렇듯 아리송했던 그녀의 모습은 ‘해준’이 ‘서래’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급변하기 시작한다. ‘해준’은 ‘서래’가 감췄던 진실을 깨닫고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하며 사랑을 끝내고 이포로 떠나지만 ‘서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해준’을 향한 사랑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붕괴되어 있는 ‘해준’의 모습을 보고 이번에는 ‘서래’가 ‘헤어질 결심’을 한다. 다만 그녀의 결심은 ‘해준’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기 위한 그런 결심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매력 포인트는 바로 ‘해준 ‘서래 안타까우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런 사랑이다.  남자는 무너졌고 완전히 붕괴되며 사랑이 끝났지만  순간  여자의 사랑은 시작되었고  여자가  남자를 위해 다시 헤어질 결심을 했을  끝났던  남자의 사랑은 분명히 다시 시작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고 서로의 사랑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  둘의 사랑은 분명 평범하지는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으며 오히려 평범하지 않아서 그들의 사랑이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지고 그들의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감정이 더욱 와닿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신영]

개봉 전 알려졌던 이 영화의 정보 중에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놀랐던 건 아무래도 우리가 잘 아는 코미디언 김신영 님의 출연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출연이 극의 흐름을 깨지 않을까 나도 솔직히 걱정을 하긴 했었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지금도 김신영 님의 출연 그리고 그녀의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건 아마 대중들에게 이전부터 계속 각인되어 왔던 김신영 님의 이미지 때문이지 않나 싶다. 연기 자체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겉돌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출연은 오히려 코미디언도 사실 알고 보면 다들 뛰어난 연기 능력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그런 좋은 선례로 남지 않을까 싶다.

[박찬욱 감독]

사실 나는 박찬욱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처럼 자극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들은 살짝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서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이 작품을 무작정 감상했다. 혹시 감독님의 연출 방식과 이야기 전개 방식 등등이 내 스타일과 맞지 않는 거는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 걱정은 역시나 기우였다. 말로 뭐라 정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진짜 느낌 자체가 뭔가 확연히 달랐다. 박찬욱 감독님 연출 스타일을 전혀 모르고 이 영화를 봐도 ‘박찬욱’이 느껴지는 그런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해준’과 ‘서래’가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그런 장면처럼 대놓고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자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완성해내는 것들을 보니 ‘박찬욱’이라는 이름값과 명성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한줄평]

잉크처럼 스며들어 돌이킬 수 없는 여운을 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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