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에 맞는 태도의 선택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이 역할을 맡을 때,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기록
Attitude 01. 평가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다.
예전보다는 조금 무뎌졌을지 모르지만,
평가받는 일에 편해진 적은 없다.
'평가', '피드백'
더 좋아지게 해 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텐데,
현실에서의 평가는 종종 그 반대의 감정을 남긴다.
돌아보면 그 불편함은 피드백의 내용보다 평가자의 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이 글은 그런 경험들에 대한 기록이고, 그로부터 내가 선택하게 된 평가자의 태도에 대한 정리다.
최악의 평가자 유형
① 억지 피드백형 피드백의 양으로 역할을 증명하려는 태도
'고칠 게 없다'도 분명 하나의 피드백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평가자들은 반드시 무언가를 더 얹어야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처럼 느낀다.
그 피드백의 양이 곧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증명해 준다고 믿는 경우도 있었다.
방향이나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문장과 표현에만 첨삭이 이어질수록,
평가는 점점 본질에서 멀어진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는 문장과 표현을 다듬는 일이 가장 중요한 피드백일 수 있다.)
그렇게 남은 것은 더 나은 결과물이 아니라, '피드백 많이 해줬다'는 평가자의 자기만족뿐이었다.
② 권위형 자기 위치와 우위를 즐기는 태도
피드백의 내용보다 자신의 위치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었다.
평가의 자리에 앉았지만 그 말들은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닌, 위계를 확인하는 데 사용됐다.
질문은 확인이 아닌 시험에 가까웠고, 피드백은 조언이라기보다 상대를 아래로 누르기 위한 용도였다.
때로는 그 권위가 비아냥이나 웃음 섞인 말투로 드러나기도 했는데,
최악은 비아냥이 섞이는 순간,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반박하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좋은 얘기를 해주고 있어도 듣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이는 피드백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다.
더 나아지기 위해 받는 말이 방어와 반감을 유도한다면, 그 피드백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③ 자기 과시형 지식을 이해가 아닌 과시로 사용하는 태도
최근에 들은 개념이나, 멋있다고 느낀 표현을 맥락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끼워 넣으려는 평가자도 있었다.
그 지식이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정말 필요한 지보다,
'내가 이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그렇게 사용된 지식은 판단을 돕기보다 오히려 흐리게 만든다.
설명은 늘어나지만,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는 더 분명해지지 않는다.
평가는 지식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해를 넓히기 위해 쓰이지 않는 지식은 피드백이 아니라 장식에 가깝다.
지식이 과시로 작동하는 순간, 평가는 '평가 대상'보다 '평가자 자신'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내가 선택한 평가자의 태도
억지 피드백형, 권위형, 자기 과시형.
이 세 가지 유형의 공통점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평가하는 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영향력은 먼저 드러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맡은 역할에 충실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나를 돋보이게 하는 피드백은 흩어지거나 튕겨 나가지만,
개선에 기여한 평가는 말의 무게와 신뢰를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평가자로서,
나를 드러내는 태도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선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