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리트 <숨지 말 것>
시대의
일들 앞에서
사랑 속으로
숨지 말 것
또한
사랑 앞에서
시대의 일들 속으로
숨지 말 것
<시인: 에리히 프리트, 출처: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인간은 시대적 존재이며 사랑의 존재이다. 투사 정신이 없는 사랑은 그 사랑을 보호할 수 없고, 가슴이 없는 투사는 권력욕만 있을 뿐 세상에 대한 사랑이 결여되어 있다. 사랑 없이 강해지는 것은 위험하다. 겨울에 피는 꽃도, 봄에 내리는 눈도 아름답다. 사랑이 아니라 증오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은 병든 사람이다."
<출처: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시 해설 중>
학창 시절, 나는 민주주의와 다수결의 원칙이 가장 탁월한 제도,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다수결은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방식은 아니니,
나에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떤 단어로 표현이 안되고 있던 차에
이 시를 읽었고 바로 정했다. 바로 "사랑"과 "생명의 존엄성"이다.
당연한 얘기를 참 허세스럽게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진심이다.
나는 나의 존재의 이유를 "어떤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로 정했다.
그리고 좀 더 포용적인 의미로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말도 가져와봤다.
나는 앞으로 "사랑"만이 내 삶을 온전히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을 거다.
모든 존재는 생로병사라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그리고 인간만큼 미래지향적인 종도 없을 거다.
생로병사라는 잔인한 운명 앞에 정신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 충만한 하루를 보내는 것" 뿐이다.
나는 엄청난 권력 앞에 내가 가진 소중한 가치를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에겐 그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세를 따르기 전에 항상 판단은 할 것이다. 이것이 "사랑"과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일인지 아닌지를.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뚝심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내가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예로 N 번 방 사건에서 "다수"의 횡포를 보면서 인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별 죄책감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범죄에 동조한 그 "다수"의 사람들은 정말 나약한 존재다.
힘센 사람이 괜찮다고 하고, 처벌은 없을 거라고 하면 너무나 쉽게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못 본 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 사람은 소중한 것을 보호하고 싶을 것이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일에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결국 사랑은 좋은 사회, 건강한 인류를 만들어 나가는 밑거름이다.
진정 강한 사람은 단순하고 숨김없이 산다. 나도 강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