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

메리 올리버 <블랙 워터 숲에서>

by 봉구리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들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을 가슴 깊이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시인: 메리올리버, 출처: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강아지가 죽은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13년을 함께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죽어버렸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어이없고, 허무했다. 그러고 나서는 죄책감과 후회가 들었다.

왜 노견을 수술시켰을까. 그저 잘 되겠지 하며 성의 없고 소극적이던 내 모습이 싫었다.

강아지가 없는 집에 처음으로 가던 날에는 그 낯선 풍경을 감당하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다.


가장 해소하기 힘들었던 감정은 "상실감"이었다.

느닷없이 내 마음에 폭탄이 떨어져서 큰 구멍이 생겼고, 시도 때도 없이 그 구멍으로 찬바람이 드나드는 느낌이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다.


다행히 나를 괴롭히던 "상실감"은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를 듣고 조금씩 사라져 갔다.

"상실감"이라는 감정의 근원은 "죽음=사라짐"이라는 프레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가을에는 빛이 되고, 겨울에는 눈이 되고, 아침에는 종달새가 되고, 밤에는 별이 된다는 가사를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니 큰 위로가 되었다.

물론 더 이상 강아지를 꼭 끌어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쉽지만, 내 마음에 뚫린 구멍은 메울 수 있었다.


지금은 슬픈 감정만 남아있다. 슬프다는 건 행복한 추억이 바탕이 되어야 생기는 감정이니 어찌 보면 그 감정 안에는 행복이 포함되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지나가는 길에 까만 푸들을 보면 눈물부터 나지만, 동시에 귀여웠던 강아지 모습이 떠올라 입꼬리도 살짝 올라간다.


시에서 얘기한 것처럼 13년 동안 정말 사랑했고, 많이 안아줬다.

놓아준다는 게 이런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강아지와 함께한 13년의 추억 덕분에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으니 이 정도면 잘 놓아준 게 아닌가 싶다.


사는 게 바쁠 때는 강아지를 까맣게 잊을 수도 있겠지만, 기분 좋은 가을바람이 불면 이따금씩 강아지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를 것 같다.


앞으로도 늘 이렇게 살아야겠다. 많이 사랑하고 안아주고 때가 되면 놓아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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