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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Jun 09. 2020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일까?

운동소양을 길러주는 체육수업에 대해서 아시나요?

지난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실천중심 인성체험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각 교과별로 총 4~5차시 분량의 인성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개발위원에 지원한 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 학교생활의 자극을 주어 내 수업활동을 정리하고 싶었다. 운동소양을 비롯하여 칠행도와 인의예지, 15+ 등 인문적 체육의 아이디어를 배구를 중심으로 체계화시킬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이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성”과 “운동소양”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성을 통해 운동소양이 체육교과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 교과를 넘어 학교활동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시민성은 무엇일까? 명확하게 개념화된 지식은 없지만 부산교대 명예교수인 심성보 교수는 “민주적 시민성”이라고 일컬으며 도덕적(개별적), 사회적, 정치적 시민성이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 수양 및 가치 덕목(예, 효, 정직, 책임 등)을 갖추는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이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자각하고, 공동체적(학교, 지역사회, 국가) 협력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치(자아정체성, 시민적 용기, 비판적·성찰적 사유능력, 공동체성 등)를 내면화하여 주체적이고 공공적인 삶을 실천하는 교육이다"


한편, 운동소양과 인문적 체육은 무엇일까? 운동소양은 한 개인이 운동에 관한 능지심 차원에서 능력과 자질이 쌓여져 있는 총합이며 이를 통해 개인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한다면 인문적 체육은 인문적·서사적 지혜로 운동을 체험함으로써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체육철학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하나로수업이 존재한다.

배구를 체험한다는 것은  직접 기능을 연마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배구를 느낄 수 있다. 


시민성을 한 개인이 주체적이고 공공적인 삶을 살기 위한 능력이며 이를 위해 공동체 일원으로서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노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운동소양과 인문적 체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배구란 종목을 인문적 체육과 하나로수업을 통해 능지심 차원에서 체험하여 쌓은 배구소양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 쓰이는 것을 넘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위 질문이 [실천중심 인성체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고민들이었다. 고민의 깊이가 얕아서 내 교육활동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진 못해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는 게 사실이다. 걱정거리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누구도 알아주진 않지만 시민성과 운동소양의 관계를 골똘히 생각하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긴 하다.      


배구 수행평가를 보는 것도 버거운데, 시민성이며, 운동소양이며 이것들까지 챙길 여력이 있나?

배구는 그냥 스포츠지! 그게 뭐가 그리 거창한가? 너무 포장하는 것 아닌가?     


라고 몇몇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겠다. 최의창 교수의 저서 <가지 않은 길>에서 예로 든 “석공”처럼 본인의 업(業)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활동이 되듯 체육교사도 보다 깊은 성찰과 실천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인문적 체육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해내고 있는 이 일이 가치 있다는 점을 깨닫고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알아주면 더욱 좋겠지만) 묵묵히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 끝으로, JTBC [캠핑클럽]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에 대해 말한 장면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상순이 이효리에게 했었던 저 말을 약 600여년 전 머나먼 로마의 한 성당의 천장화를 그렸던 그도 같은 말을 했다지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도 좋아. 저 보이지도 않는 새 한마리에 정성을 들였던 나 자신이 알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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