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Answer Jun 15. 2020

달리기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달리기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feat. 신경써야 할 것)

오늘도 달렸다. 

간만에 기분좋은 바람이어서 더욱 달리고 싶었다. 

근데, 내뜻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사실 오전에 달리고 싶었다. 

따뜻한 볕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지만 참아야했고 그래야만 했었다.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이제야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장난감을 수백번(?)을 외친 아들을 달래기 위해 인근 야외 테마파크에 갔다가 늦은 점심을 먹고 왔다. 

그후 집에서 아들과 블록 놀이하다가 때마침 최근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가 집앞 놀이터에 출몰(?)하여 함께 만나러 갔다 왔었다. 


그제야 내 시간이 생겼다. 사실 이 시간도 아내의 배려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암튼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이어폰과 시계를 착용한 후 신발끈을 맨 후 집을 나섰다. 


젠장....이어폰 한쪽이 충전이 되지 않았나 보다....

몇번을 시도했지만 수고로울뿐이었다. 


그래도 바람은 예상대로 상쾌했다. 달리고 싶을 정도로. 

주말에는 동네 운동장에서 벗어나 발길이 이끄는대로 가는데...오늘은 할수없이 러닝 장소는 운동장이었다. 


원래 매일 새벽, 저녁에 각각 40, 60분씩 달린다.

새벽에는 약 6km, 저녁에는 10km정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젠 러닝이 생활되었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토요일은 달리지 않아서인지 일요일 아침부터 몸이 뻐근했다. 


그 상태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전에 첫번째 음악을 선곡한다. 뜬금없이 신중하다. 

뭔가 첫 스타트가 중요할 것 같아서..

플레이리스트를 훑는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첫 음악을 정했다.

그후 NRC어플을 실행한다. 

색깔은 그린이다. 색깔은 이 어플에서 나를 표현해준다. 내가 달린 시간을 말해준다.

벌써 엘로우, 오렌지를 거쳐 세 번째 레벨에 들어선 후 약 70km를 내달렸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소화가 안됐는지...속이 거부룩하다. 

달리다가 잠시 걷다가 다시 달린다. 


달리기를 할 때 시간이 참 중요하다. 새벽에 달릴 때와 저녁에 달릴 때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시선이다. 새벽에는 주로 땅을 보고 달리기 마련이다. 몸이 안풀리니까 힘이 든다. 

그래서 아래를 보면서 달리면 그나마 덜 힘들다고 느낀다.

반면 저녁에는 앞을 보는 편이다. 앞을 봐도 눈에 뵈는 게 그다지 많지 않아서 땅을 보나 앞을 보나 그게 그거다.


다음, 주변 사람들의 수와 연령대, 그들의 활동 수준이다. 새벽에는 사람들이 저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연령대도 고령이 대다수다. 그리고 천천히 걷는 수준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저녁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활동을 하다보니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난 그게 좋다. 주변이 산만할수록 난 집중하는 편인 것 같다. 이렇게 때에 따라서 달리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다르다.


오늘은 달릴 때 축구하는 가족들이 신경쓰였다. 아마 그들도 날 꽤나 거슬렸을 거다. 

왜냐면 뭐 할 때면 내가 축구 골대 앞을 지나기 때문이다. 

난 골대 뒤로는 얼마 전부터 가지 않는다. 

비가 온후 그곳에 큰 웅덩이가 생겨서 자칫 부상을 입을 수 있어서 피하는 편이다. 


또, 나를 신경쓰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바로 달리는 한 젊은이. 

오늘의 난 1km 당 5:40~50초 가량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고 내 나름대로 꽤나 괜찮은 속도였기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근데, 그 젊은이는 상당한 속도로 나를 무려 2번이나 앞질렀다. 추측건대 1km 당 4분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예전 같았으면 짜증나거나 그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냈을 나였겠지만 

지금은 욱!하다가도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이런 주문들을 외우면서.


'쟤는 얼마 못가서 지쳐서 러닝을 끝낼거다!'

'나랑 저 사람은 목표가 다르다!'


이런 식의 자기 최면 또는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남과 비교하다보면 내 페이스를 잃고 결국 내 목표를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그러다가 가끔 내가 힘들 때 나보다 빠른 사람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몇 분 남지 않았을 때는 더더욱.


그렇게 오늘은 40분을 달렸고 7km를 달렸다. 좋은 페이스였다. 

근데, 내일 새벽은 힘들겠지....벌써 몸이 뻐근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달려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