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이 끝난 지 두 달 가까이 되어서야 남기는 후기-
만화도, 영화도, 드라마도 보지 않은 채 접한 뮤지컬 <데스노트>.
캐스팅이 너무 빵빵해서 한 번 놀라고, 원캐라서 두 번 놀라고, 제작사 이름보고 세 번 놀란 공연이었는데,
이런 공연을 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건 공연이 그리 좋지 않다는 증거였다.
어설픈 공연에 낭비된 아까운 배우들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모두 뮤지컬계에서는 내노라 하는 배우들이다. 조금 더 공연이 탄탄했더라면, 조금 더 노래가 좋았더라면 이 멋진 배우들이 더 빛나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계속, 너무나 심하게 남는 공연이었다.
홍광호와 정선아의 터질 것 같은 가창력을 뽐낼 만한 노래 하나 없는 공연에 도대체 왜 이 배우들을 캐스팅 한 것인지. 독특한 목소리와 몸놀림이 매력적인 김준수를 왜 의자에 앉아있게만 만들었는지. 관객들에게 매 순간 기립박수를 받아도 부족하지 않은 배우들인데, 공연 내내 적막만 흐르게 한 연출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기대했던 홍광호와 김준수의 만남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 어설픈 공연을 혼자 잘 끌어 간 것은 단연 홍광호였지만, 서글프게도 그의 목소리는 독특한 김준수의 보이스에 묻혀 그저 평범한 목소리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느리고, 느리고, 느리다.
원작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공연의 중심이 된 스토리만 봐도 드라마로 봤다면 참 재미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공연을 짧은 시간내에 무대라는 공간으로 옮겨왔으니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심각한 척 하며 설교를 하는 배우들의 대사는 지루함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무대도 어둡고, 변화도 없는데 말이다. 대사만 빨리 했었도 러닝타임이 30분은 줄었을 것이다.
다음엔 그냥 대학로에서 했으면-
이 공연은 대극장보다는 중극장이나 소극장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공연이다.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촘촘하게 꾸민다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스런운 장면만 조금 더 걷어낸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본 MD 중 최악의 상품.
아무리 김준수 공연이라지만, 이런 스티커를 11,000원에 파는 건 너무 한 것 같다.
스티커에서 은나노라도 나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