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시인, 문학박사 김남규 님 / 인터뷰 2
한국에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전 세계의 시인보다 한국의 시인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한국에 시인이 엄청 많거든요. 먹고살기 힘든 한국은 시 쓰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하거든요. 이게 나쁜 말이죠. 시 쓰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뼈가 있는 말이긴 한데 그만큼 살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시 쓰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할 때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겠죠. 먹고사는 것도 그렇고, 문화의 문제도 그렇고, 약자의 문제도 그렇고,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요. 재미있는 건 한국에서 등단을 해서 시인으로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인정해주진 않아요. 한국에선 시인들이 많은데, 문제는 전업을 시인으로 살 순 없다는 이야기죠. 제가 알기로 한국에서 시인은 빼고, 전업으로 글만 쓰는 사람은 아마 열 손가락에 꼽아야 할 겁니다. 그만큼 전업으로 시인, 소설가로 살기가 어렵다는 말인데 그래서 시인, 소설가들이 제일 많이 하는 게 부캐, 보조 캐릭터이죠.
시만 쓰는 것이 아니고, 그와 관련해서 강연을 하거나, 특강을 하거나, 도서관 상주 작가를 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월급을 받는 일들을 많이 합니다. 실질적으로 글만 써서 먹고 살기는 어렵다고 봐야죠.
시인으로서의 수익이 궁금하긴 한데 활동을 하면서 얻는 여러 수익의 종류와 방법으로 부가적인 수익을 얻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이런 것들을 함께 이야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요즘엔 그런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 안 해도 다 알 것 같지만 인세를 시집을 내면 책값 정가의 10% 정도를 받습니다. 8천 원짜리 시집 1000부를 내면 80만 원을 받는 거고요. 시집이 솔직히 말하면 몇몇 시인을 제외하고 1쇄 1,000부도 다 팔리지가 않아요. 그런데 시인들이 자기 시집을 내고, 자기 시집을 자기가 사서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주거든요. 홍보의 역할도 있고, 고마움의 표시도 있고, 안부인사 겸 보내는 경우가 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자비출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시집을 내도 4~500부는 돌려야 된단 말이죠. 그럼 4~500부를 사야 하는 거니까 그 돈이나 자비 출판하는 돈이나 같은 돈이 드는 경우가 많아서 시집을 내거나 소설책을 내서 돈을 버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요.
그나마 가능한 것은 원고료인데 대체로 시 한편당 받는 원고료가 4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 내외입니다.
최저시급 같은 느낌인데 4만 원 정도를 받고, 많이 주는 데는 10만 원 진짜 많이 주는 데는 15만 원 정도 하는데 그런 곳은 드물고. A급 잡지사 같은 경우는 10만 원 내외의 원고료를 줘요. 시 한편당. 그런데 우리나라의 잡지들은 대부분 개간지. 봄, 여름, 가을, 겨울. 3월, 6월, 9월 12월에 나오기 때문에 계절당 청탁을 받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죠. 한 달에 원고료로 시를 써서 버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 돈으로 뭔가를 할 수는 없고 부가적인 수입을 많이 준비하는 편이고 실질적으로 시만 쓰는 사람보다는 강연을 많이 하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해서 그것으로 수익을 얻는 시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시인은 편지를 써줘요. 독자들한테. 편지를 발송하고 그것으로 구독료를 받아요. 그게 수입이 된다고 들었거든요. 요즘엔 그런 메일링 서비스도 많이 하고 다른 친구들도 그런 걸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대면 강의가 다 없어졌잖아요. 시인들이 다 굶게 생겼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일을 하는 거죠. 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과, 시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런 활동의 참여를 많이 해서 수익을 많이 얻는 편인데 그래도 여전히 가난한 건 사실입니다.
2020년에 통계청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일 낮은 연봉, 제일 낮은 월급을 받는 직종을 조사해보니까 1위가 문화해설사고, 2위가 시인, 3위가 소설가, 4위가 뮤지컬이나 연극배우. 예술계통은 낮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인데 전년도에는 시인이 1위에 랭크되었습니다. 그만큼 먹고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직업이 시인입니다.
전업이 아닌 부캐로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그 채널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다.라고 하는 건 전망이 밝을까요?
요즘엔 부케가 따로 있고 부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케를 거느리는 게 요즘 추세이긴 한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시인이야"라는 식의 사고는 시대가 지났고, 다양한 것들을 하는 거죠. 시인으로서 살기도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기도 하고 요즘엔 기획자로서 시인들이 많이 움직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시인이 하나의 직업인 것이 아니라 특성을 하나 더 가지는 거죠.
직업적으로 시인으로서의 특징과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단점부터 말씀드릴게요. 시인의 단점은 간단합니다. 가난하고 찌질합니다.
한국땅에서 전업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시인 역시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일을 해야죠. 생각해보면 시인이 가진 능력이 많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가난할 수밖에 없고, 가난하니까 지질할 수밖에 없고. 그게 가장 큰 단점이죠. 그러니까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사랑에 빠지고, 혼자 글 쓰고, 혼자 좌절하는 게 시인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그런데 장점도 간단해요. 가난하고 지질하기 때문에 당당해요.
직장인은 직장 상사로부터 스트레스, 야근 스트레스를 받고, 자영업을 하시는 분은 손님이 없고, 많고, 수익에 따라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시인은 그런 거 없어요. 자기가 못 버는 걸 아니까 그런 것에서 당당해요. 돈 없으면 안 먹고, 안사면 됩니다. 스트레스는 그런 방면(금전적인)에서는 덜 받죠. 그리고 어딜 가도 당당하죠.
용감한 거죠. 왜냐하면 돈 벌어서 아파트도 사고, 맛있는 걸 먹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활동을 안 하고 그저 담뱃값을 벌거나, 술값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게 장점일 수도 있죠.
"시인이니까 뭔가 새로운 능력이 있지 않느냐?" 이를테면 관찰력이 뛰어나거나, 공감능력이 좋거나, 섬세한 감각이 있느냐고 말을 하지만 실은 시인이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시를 쓰는 것 같아요.
시집도 내는 구조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좋은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요즘엔 이런 말을 하거든요.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다고
모든 사람이 책을 쉽게 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쉽게 글을 쓸 수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 플랫폼들이 많이 생겨서 시인 아니더라도 시를 쉽게 쓸 수 있고, 시집도 내요. 요즘엔 독립출판이 발달되어 있어서 내가 책을 내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돈만 조금 있으면 바로 책을 낼 수 있고, 서점에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보니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시를 쓸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인의 장점이 뭔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굳이 하나 예를 들자고 하면 아무래도 시인은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느낀 바를 쓰고, 어떤 사건이나 어떤 일이 일어났으면 그 일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시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람 시인이 될 확률이 높고, 시인은 그렇게 시를 써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게 쉽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자기감정에 솔직하다는 말은 자기 자신을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긴데 자기 자신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드는 생각은 자괴감이거든요. 자기가 이런 '괴물이구나. 나는 쓰레기구나'라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자신의 내면을 보는 일인데 그걸 계속 보는 건 쉽지 않거든요.
잘못 보면 우울증에 걸리고요. 안 보면 조울증에 걸리는 건데 그것을 잘 다룰 줄 아는 게 시인이니까 아무래도 시인은 우울증에 걸리기엔 조금 어렵죠. 우울증과 가까이 살지만 걸려있진 않은 상태. 그게 바로 시인이기 때문에 그걸 장점으로 꼽을 순 있을 것 같아요.
3부에서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QDsokQXs828
현직 시인, 문학박사 김남규 님 /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