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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Jan 26. 2021

한복에 전념한 엄마를 둔 아들의 일기장

현직 30년 한복 명장 이남례 님 / 인터뷰 3


한복 명장이 전통 한복집을 운영하여 얻는 수입

이 부분이 오해를 많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손님들이 여긴 돈을 굉장히 많이 벌겠다. 

그런데 이런 걸 물어보면 꼭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빈익빈 부익부

저하고 똑같은 전통 한복을 하면서도 (같은 직종에서도 영업을 잘하시는 분이 계시고 저 같은 경우는 본래 영업에 소질이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아무래도 소득적인 부분에서는 그렇게 크게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보편적으로 영업을 잘하시는 분들은 엄청 (버는 편에 속해요) 소득 부분에 대해서는 비슷한 게 아니라 하늘과 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보통 잘하시는 분들은 마케팅도 잘하시고 영업 위주로 하시는 분들은 소득이 좋으신데 저처럼, 강의는 별로 돈이 안돼요. 그런데 성향이에요. 강의하는 거 좋아하고, 제가 배우는 거 좋아하고 이러다 보니까 계속 그런 쪽으로만 가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영업도 하고 홍 보도하고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진하다 보니까 그런 데서 오는 거를 "이건 이렇게 벌어요"라고 말할 순 없다는 거죠. 소득 차이가 워낙 많기 때문에. 명장도 됐고, 홍보 열심히 해서 많이 벌겠습니다. (웃음)






한복 제작업 만의 특징과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복을 하시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복이라는 건 혼이 깃든 옷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작업을 할 때 한 번도 입는 분을 생각 안 하고 작업한 적이 없어요. 옷을 꿰맬 때는 그 사람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일을 해요. 그런 혼이 담긴 옷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제가 한복에 살짝 빠져있는 사람이라서 생각을 많이 해서 혼을 넣어서 일은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일을 했으면 이렇게 혼을 실을까? 혼을 실어서 작업하는 게 다른 일 하고의 다른 특징이에요.


장점은 좋은 게 많아요. 제가 어디 공부를 하러 갔는데 자기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었어요. 

사실은 그전에 저는 한복의 장점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때는 변호사님, 치과의사, 저, 세무사. 전문직인 분들이 뭔가를 하는 자리였어요. 변호사님이 이러시는 거예요. "저는 머리가 항상 터지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때까지 변호사라는 건 너무 멋진 직업인 줄 알았어요. 우리가 보통 변호사라 고하면 너무 멋있잖아요. 능력 있고, 돈도 잘 벌고.  "저는 머리가 항상 터지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다 안될 때 머리가 터질 때 와서 상담하는 게 변호사입니다"


처음 알았어요. 제가 들으면서 제 직업을 생각해봤어요. 제 직업을 생각해보니까 그때부터 "내가 얼마나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희는 거의 경사스러운 날에 오는 일이에요. 저희는 나중엔 이혼을 하더라도 여기 와서 앉을 때는 사랑스러운 눈길이 왔다 갔다 해요. 여기 와서 화를 낸다거나 인상을 쓴다거나 한숨을 쉬는 사람은 없어요. 거의다 혼수예요. 예전에는 환갑, 칠순 이런 잔치에도 한복을 입었잖아요. 칠순이 됐든, 결혼을 했든, 교회 권사 취임식에 입든 

다 경사스러운 날에 입는 옷이에요. 그 생각을 그전엔 안 하고 했어요. "나는 행복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구나" 그럼 어떤 기운이 있겠어요. 좋은 기운이 있잖아요. "내가 하는 일은 정말 최고구나" 좋은 분을 보는 거잖아요. 항상 이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봐요. 작업을 할 때 한복은 양장하고 달라서 컬러가 진짜 예뻐요. 정말 색상에 빠져 죽어요. 색이랑 논다고 하죠? 그리고 디자인이 다 다르잖아요.


예쁜 색상과 다양한 디자인과 행복한 사람들을 늘 머릿속에 그리면서 살아요. 그 사랑을 제가 먹는 거잖아요. 그런 좋은 기운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이 여기에요. 단점은 일을 하는 것에 비해서 소득이 없어요. 제대로 된 가격을 못 받다 보니까 돈이 안돼요. 영업적으로 발달하신 분들이 돈을 벌어요. 이건 별개인 것 같아요. 공부를 많이 하고, 솜씨가 좋다고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고 영업은 영업을 잘하시는 분들이 돈을 많이 벌어요. 가장 약점이 그거예요. 영업성이 떨어져요. 그래서 단점이라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소득이 많지 않다. 그게 단점입니다. 그것만 빼면 완벽해요. 



한복 명장에게 한복이란 

저한테 한복이란 "굴곡진 인생, 굴곡진 삶"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을 할 때 한복 이상 좋은 건 없어요.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하자 하니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에요. 그럴 때마다 뭔가를 할 때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 힘이 많이 들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도 정말 고가의 옷은 제가 하지 못했어요. 너무 돈이 많이 드니까 그런 부분에서 갈등이 많이 있었어요. 힘듦도 많고. 


지금은 명장이 되었으니까 말하지만 그동안 기능대회 기사 같은 자격증, 대회 이런 준비를 하는 걸 매일 같이 공부를 하고 눈만 뜨면 뭘 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럴 때에 힘듦이 왜 없었겠어요. 그래서 굴곡졌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은 다 끝났으니까 너무 좋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파김치가 되고 사실은 몸이 다 절단 났었어요.

손가락도 구부러지지 않고, 어깨도 너무 많이 써서 덜그럭 덜그럭하고. 지금은 운동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거북목. 이게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 영업보다 저는 두배로 일을 한 거예요.

영업 + 공부. 공부하다 보면 과제물이 되게 많잖아요. 어디 내야 하고 항상 밤 12시. 허구한 날 그렇게 일을 한 거예요. 그렇게 번 돈은 공부와 재료비에 쓰고 그런데 그거 어떻게 힘이 안 들었겠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잘 돌봐주지 못하는 일들. 제가 놀러 가 본 기억이 없어요. 시간이 없어.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접고 오로지 한복에만 매진한 거죠. 그래서 오늘이 있는데 지나고 보면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면 손이 벌벌 떨리는 날들이 있었어요. 너무 힘든 거예요. 그런데 매장 영업도 해야 하는 시간과 작품 활동을 하려면 미룰 수 없는 그리고 남을 시킬 수 없는, 꼭 제가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눈만 뜨면 일하고, 눈만 뜨면 일했어요. 지금도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라고 하면 저희 작은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인데 아무리 김밥을 싸준다고 해도 안 가져간다는 거예요. 애들 안 먹고, 안 가져오니까 하지 말래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남자아이라 가져가기 싫어하나 보다' 그런데 어느 날 청소하다가 아들의 일기장을 보게 됐어요.



그 이야기하면 가슴 아픈데 아이가 일기에 뭐라고 썼냐면 '엄마는 늦게까지 일을 하시는데 내가 김밥을 먹는다고 하면 엄마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싸야 하지 않냐, 내가 안 먹으면 되는데...'

그 일기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굉장히 많이 가슴 아팠었어요.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지 못했는데 너무 잘 자라줘서 지금은 괜찮아요.

어떻게 보면 다른 집과는 다른 정서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고맙게도 아이들이 제게 "엄마 우리한테 뭐해줬어?"라고 하면 전 해준 게 없어요. 그런데 절대 그런 말 안 한다는 거. "엄마가 우리 엄마인 게 너무 좋아"라고 하는 아들이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죠.



https://www.youtube.com/watch?v=hN652jUwl_0&t=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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