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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Jan 28. 2021

부서지게 몰두해서 보였던 것들

현직 30년 한복 명장 이남례 님 / 인터뷰 4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문화를 재평가하고 한복에 입문하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후배님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한복을 한다고 하고 한복에 관심만 가져주면 저는 엄청 감사하게 생각을 해요. 일단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할 것 같아요. 그런 관심을 가져주고 뭔가를 하겠다면 항상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있고요. 

'지금 현재가 어렵다 하더라도 앞으로 미래를 보고 그 길을 가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어요. 오늘만 볼게 아니라 한복은 없어질 수 없는 우리 옷이에요. 지금보다 한복이 대우받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학교에서 (한복에 관련된 과가) 의상학과랑 통폐합돼서 없어진 데가 많이 있어요. 저희 같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후진양성을 많이 생각하는데 생각을 하고 열심히 하면 제가 한복이 좋다고 하듯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가끔 한복을 쉽게 생각하고 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오다 보면 결실을 맺기 어려워요. 



처음에는 재미없어요. 뭐든지 그렇잖아요? 어느 만큼 그 맛을 볼 때까지. 저도 처음에 한복을 할 때 제가 명장을 한다던지의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될까?'로 시작한 건데 가다 보니까 엄청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생각이 바뀌다 보니까 한복시장이 좋던 나쁘던 관계없이 마지막까지 할 거잖아요 

제가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제 몸이 허락할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아요. 후배들에게 정말 선택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죠. 저 같은 사람이 저만 있는 게 아니라 많이 있어요. 그런 분들한테 지도를 받으면서 잘 배우면 어떤 직업 못지않게 대우도 받으면서 더 멋있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서울 운현궁에서 첫 전시를 했던 것 같아요. 


첫 전시의 설레임을 아직도 못 잊는다는 한복 명장


다른 일은 잘 모르고, 돈은 좀 더 벌진 모르지만 그런 설렘이 많은 직업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복은 설렘이 되게 많아요. 만약에 정말 이쪽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겉면만 보지 말고 깊이 보고 멀리까지 생각하고 하면 결과는 당연한 거잖아요. 열심히 하면 명장은 특별한 사람만 되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저는 목표를 명장으로 잡지 않고 한복을 시작한 사람이라서 더 많이 힘들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시작한다면 목표를 잡고 가면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죠. 저도 힘들 때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럴 때 목표를 잘 가지고 가면 끝에는 분명히 단 열매가 있다는 거.


그래서 시작하려고 맘먹었으면 남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한복은 안 없어진다는 거. 그것만 생각하면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으로서 혹은 한복 명장님으로서 앞으로의 꿈이나 비전이 궁금합니다. 

제가 한복 명장으로 꿈이 크죠. 한복에 관해서 궁금한 사람, 되고 싶은 사람이 다 올 수 있는 자리. 거기서 아마 제 생각에는 마지막까지 일을 할 것 같아요. 


저한테 기회가 주어진다면 늘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결혼이라는 주제와 한복을 왜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강의를 해보고 싶어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안 입는 한복을 왜 하지"라는 인식이 99%에요. 

그런데 이걸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런 걸 이야기하는 곳이 없잖아요. 제가 그런 걸 해보고 싶은 게 큰 꿈이죠. 돈을 벌고 안 벌고 가 아니라 왜 한복을 입어야 하는지, 얼마나 한복이 가치가 있는지, 결혼식날 가장 좋은 게 뭔지에 대한 주제들


인식만 바꾸면 한복이 멋지게 다시 부활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까지는 한복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한복이 뜨는 그리고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 마지막 소망이라고 해야겠죠. 


이번에 도지사님과도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명장이 돼도 도와주지 않으면 명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시면 제가 하려고 하는 일은 그런 일들이니까 다시 한번 한복이 활성화되는 걸 보는 게 제 마지막 소망이라고 표현해도 되나?  제 마지막 소망이 뭐겠어요. 한복이 활성화돼서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즐겨 입고 행복해하고 저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해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KTdCpr-PTKk&t=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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