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사이시옷 Jan 30. 2021

디자이너에서 전업 캘리그라퍼로

현직 전업 캘리그라퍼 / 김미형 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캘리그래피 작가 김미형이라고 하고요. 캘리그래피와 디자인 업무를 10년 이상 하고 있어요. 강사 활동은 9년째 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실 저는 디자이너였고요. 편집 디자이너에서 캘리그래피(시장을)를 일찍 파악하고 전향한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제가 관련학과(디자인)를 나왔었기 때문에 그 학과를 나오고 졸업해서 5~6년 정도 일했던 것 같고요. 출판이라고 해서 내지 편집만을 하지 않고, 그림책 작가여서 표지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캘리그래피를 빨리 접했던 것 같아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는데 제가 졸업할 당시에는 타이포그래피만 좋아서는 뭔가 취직을 할 수 있거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디자인의 공부하는 한 분야였기 때문에 제가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었지만 최대한 관련 업종에 취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표지 디자인을 하다가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서 책 앞에 글씨를 써서 줄 때가 있는데 가끔 '내가 이것보다 잘 쓰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됬어요.


(캘리그래피 시안) 몇 개를 넣어봤는데 회사에서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저는 원래 글씨 쓰는 걸 좋아했고. 어릴 때는 글씨 잘 쓰는 짝꿍이 옆에 있으면 그 아이랑 똑같이 쓰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글씨에 관심이 많긴 많았어요. 제 일(디자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1년 가까이 배웠을 때 회사를 그만뒀어요. 


'아, 나는 이 길이구나'

그리고 한참 번뇌가 있던 시기였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일은 하지만 평생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답답하더라고요. 졸업하고 취직해서 그 분야(디자인)에서 일을 하고 있긴 했는데 정말 일을 위해서 다니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은 그 작업들은 너무 힘들어서 하진 않는데 TV 타이틀도 몇 번 썼었는데요. 어렵게 작업을 해주고 다 끝냈다 싶어서 잘 자고 있으면 새벽에 전화 와서 "제목이 바뀌었다." 



제가 직장인이었으면 화가 나잖아요? 알겠다고 하고 그것마저도 멋있게 내고 싶어서 대충 안 쓰고 잘 써서 내보내고 책임감이, 제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 포트폴리오니까 자존심 문제도 있고, 최대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많이 들긴 하더라고요. 




활동을 9년에서 10년 정도 하셨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초반에는 제가 쓴 글자가 책 표지가 돼서 나가는 게 신기한 거예요. 어린이 책 출판사 중에서 메이저 출판사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전집이 들어와서 그걸 하면서 뿌듯했고요, 강의도 조그마한 제 공방에서 시작하다가 

문화재단이라던지 인재개발원이라던지 경찰대학에 출강을 나가게 되면서 뿌듯했고요. 영문 캘리그래피를 상업적인 분야에서 제일 먼저 쓰게 된 게 LF라는 그룹에서 불리(BULY)라는 향수가 론칭하게 되었을 때 프랑스 캘리그라퍼의 글씨 스타일과 비슷한 글씨 스타일을 한국의 불리 매장 직원들에게도 가르치고, 그것에 대한 교육 체계도 잡고 캘리를 전반적으로 관리해주는 역할을 제가 맡아서 2년 반 정도 했거든요. 그 일이 처음에 어마어마하게 힘들었거든요. 큰 업체와 일을 한다는 게 저 혼자였으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때는 지금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의가 많았어요. 그 브랜드가 잘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꼈어요. 영어 캘리그래피로서는 정말 큰 시작점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걸 계기로 많은 명품 브랜드들을 제가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 이벤트나 행사를 하는데 막스카라나 펜디, 까르띠에, 로저드뷔 이런 브랜드랑 인비테이션이라고 해서 고객들에게 써주는 초대장 같은 캘리그래피를 많이 하고 행사도 많이 진행을 해서 그 시작점이 되어준 불리라는 브랜드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저의 일하는 판도를 바꿔준 계기가 된 브랜드예요. 그래서 되게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시작하셔서 활동 중이신 분들도 많은데 캘리그래피를 알려주는 많은 플랫폼들이 있죠. 플랫폼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도구들이 다르더라고요. 그런 도구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서양의 캘리그래피는 영문 캘리그래피라고 하는 캘리그래피고요. 우리나라나 동양의 캘리그래피는 서예잖아요? 한글 캘리그래피가 유행을 했을 때 배우셨을 거고, 사람들한테 인식된 거죠. 캘리그라피하면 한글을 붓으로 쓰는. 원래 외국의 개념은 그게 아니거든요. 가로닢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캘리그라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보면 서예의 대가들이 많으세요. 


그분들한테도 그분들의 철학이 있으실 테지만 저는 아주 작은 한글 캘리그래피의 영역에서 보면 학생들이 재료가 너무 방대하면 수업을 듣기 어려워하시고 힘들어하세요. 정말 간단한 취미를 위해서 문방사우를 가볍게 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서 강의를 하시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정말 저처럼 작가가 되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된다면 문방사우로 꾸준히 글자를 써 나가는 부분을 결코 넘기면 안된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해서 그런 게 아니고, 아마 글씨 쓰시는 분들은 다 이해하실 거예요. 왜냐하면 가벼운 도구는 가볍게 써질 수밖에 없고, 어렵고 다루기 힘든 도구들을 이겨내고 글씨를 쓰는 사람은 깊이가 다르거든요. 그리고 클래식이잖아요. 클래식은 영원하니까. 


클래식을 배우시는 분들이 현대적인 것을 접목했을 때 훨씬 더 깊이가 있고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간략하게만 배우시는 분들은 어려운 부분을 써야 하거나 난이도가 있는 부분이 왔을 때 클래식을 잘 쓰시는 분들에 비해서 약간의 이슈가 발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그런데 그런 단점보다도 요즘은 언텍트시대여서 그런 간단하고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가리키는 선생님들의 수업방식도 대중 강의 중에선 굉장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패드는 영역이 틀려요. 간단하다는 게 아니라 그건 '디지털 캘리그래피'라는 영역으로 몆몆의 작가님들이 시작을 하셨는데 굉장히 많이 발전을 했고, 저도 사실 아이패드로 캘리그래피를 써줄 때가 있는데 아이패드로 쓰면 스캔해서 포토샵을 해야 하는 그런 번거로움이 단축돼요. 그리고 브러쉬도 꽤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붓을 쓰는 느낌이 들 정도이기 때문에 그건 아예 디지털 캘리그래피라는 영역으로 빠진 부분이라고 보시면 돼요. 학생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이패드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아이패드가 다 있어야 하고, 오히려 (금전적인) 기반이 더 약한 거죠. 붓펜이나 펜으로 적당한 패키지가 있는 사람들이 시작하기에는 아까 말씀하신 간단한 도구의 그런 콘텐츠를 가진 강사님이나 작가분들이 하시는 거고. 디지털은 오히려 조금 더 그런 부분에서 떨어진 다른 분야이기도 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B-FEVp8nwO8&t=16s



현직 전업 캘리그라퍼 김미형 님


매거진의 이전글 부서지게 몰두해서 보였던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