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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May 02. 2022

전시, 공연기획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전시, 공연 기획자 이선경 님



그러고 보니까 공연, 전시 기획을 한 20년 했네요.


공연, 전시기획을 20여 년 정도 하고 있는 이선경이라고 합니다.

전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에니 레보비츠 사진전, 메그넘 인 파리 사진전, 카쉬전 등이 있고

공연은 신해철, 보아, 메탈리카, 라르크앙시엘 등의 공연을 진행했었습니다.





전시기획자가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어떤 전시를 해야지'라고 콘텐츠를 결정하는 일을 해야 되겠죠. 작품 설명문도 쓰게 되고, 홍보도 해야 되고, 마케팅도 해야 되고, 장소도 빌리고 이런 다양한 업무를 다 진행을 합니다. 전시 콘텐츠가 정해지고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을 준비하고, 오픈하고 나서는 전시장 현장에서 전시운영을 하게 되는 거죠.


스텝들 회의하고, 전시장 안에 컨디션 확인하고, 티켓 세일즈 매일매일 체크하고, 전시 끝나고 나면 매일매일 그날의 성과에 대해서 투자자 보고도 합니다. 전시가 시작된 다음에 전시기획자들은 자잘하게 할 일이 많은데

인터뷰도 많이 진행을 하고 때로는 직접 도슨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시기획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 업무가 화려해 보일 수 있어요.

물론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부분도 제가 사랑하는 전시계획에 일이기도 하지만 많이들 오해하시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

전시기획자가 정말 몸을 많이 쓰는 업무입니다

짐 나르는 일도 정말 많고요, 사소하게 청소하고 이런 업무들도 기획자가 다 해야 되는 업무들인데 많은 분들이 전시기획자가 몸을 쓰는 그런 하드 한 업무보다는 우아한 업무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시는데 '백조의 발' 같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으로 전시를 처음에 한다고 했을 때 크게 의견이 둘로 갈렸었어요.

'잡지로 다 볼 수 있는 걸 굳이 돈 내고 전시장 와서 볼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잡지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을 크게 보면 진짜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물론 이제 흥행에 성공했다는 거는 '크게 보니까 더 좋았어' 였던 거죠.


흥행이 잘돼서 좋은 것도 당연히 있지만 제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처음 하면서 '환경에 대해서 정신 차려야겠구나.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이런 걸 저한테 정말 위기의식을 줬던게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였고요.

뭔가를 했을 때 당연히 사람들이 보고 나와서 교훈을 느끼고 감동을 했으면 좋겠지만 그걸 강요할 수는 없어요. 강제적으로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버리면 오히려 사람들은 재미없어하거든요.



저희가 내셔널 전시를 만들 때도 첫 번째는 재미였어요

'재밌다, 멋있다' 이걸 느끼게 만들고 싶어 했었고


두 번째로 그래 이런 것도 있구나

환경에 대해 우리가 인식을 좀 해야겠구나 를 좀 가미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텍스트를) 저희 내부에서 기획자들이 그냥 쓴 게 아니라 시인한테 부탁을 드려서 콘텐츠 자체는 좀 딱딱한 다큐적인 콘텐츠지만, 풀어지는 콘텐츠는 좀 말랑말랑하고 여성적으로 풀어보자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셨어요. 전시장의 마지막 나가는 부분에 엔딩 메시지로 인디언 속담을 썼었거든요.

"이 지구는 우리가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지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 속담을 보시고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어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현존 작가 중에 조엘 사토리라고 사진으로 '노아의 방주'를 만들겠다는 개념으로 포토 아크 프로젝트를 하시는데 거기에 코뿔소 사진이 한 장 있어요. 보통 전시장가 보면 전시가 그냥 하나의 흐름으로 쭉 가는 게 아니라 관이 구분이 되잖아요. 그 전시 당시에도 장례식 분위기로 조성을 했던 관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거기에 있는 동물들은 개체가 하나만 남아 있거나, 이미 멸종을 했거나, 멸종이 기정 사실화된 동물들의 사진들이 있는 곳이었거든요. 그 코뿔소도 마지막 남은 개체였어요.


당시에 조엘 사토리가 이 동물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던 그 패널의 내용이 잊히지 않는 게 코뿔소의 뿔이 불로장생 약이라고 알려져서 많은 코뿔소들이 잡혀서 뿔만 잘린 채 많이 죽어갔데요. 뿔을 자르면 코뿔소는 죽는 답니다, 워낙 많은 출혈을 하게 돼서.


코뿔소의 뿔을 분석을 해본 결과 정확하게 사람의 손톱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조엘사토리가 찍은 그 코뿔소는 더 이상, 그 종은 이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계속 머릿속에 기억에 남아요.






천재 기획자들 같은 경우에는 경험치라는 데이터가 없어도 좋은 기획안을 내놓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다는 그런 기획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뭔가 내놓는 기획은 머릿속에 있는 풀에서 나오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학생 때 중요한 행사 중에 연극제가 있어요. 배우는 죽어도 하기 싫더라고요.

기획홍보자리가 있길래 쉬워보여서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까 그 역할이 살림하는 역할이 더라고요.

그러니까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뒤에서 살림을 해야 되는 사람들이 그 기획자였고

저는 그때 백스테이지의 매력을 느끼게 돼서 나 기획자 하고 싶어라고 그때 마음의 결정을 하게 됐는데요


현장 알바 자리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알아보면서 (그런 활동이)제가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게 연결을 해줬거든요. 해보면서 저는 좋은 콘텐츠가 뭔지 흥행성이 뭔지를 알아가게 됐어요.



모든 시도가 다 성공하지는 않지만 시도하다 보면 방향을 찾을 수 있거든요.

지금 얘기한 것들이 사실 흥행에 성공한 것들 위주로 얘기를 하다 보니 다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것들도 많아요. 그 실패할 당시에는 굉장히 씁쓸하고 힘들죠.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이거니까 다시 도전하게 되고 그러면서 다시 성공이 쌓이고, 쌓여온 시간과 도전한 시간들이 저를 전문가로 만들어줬고 저는 앞으로 권위자가 되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저는 계속 반복을 해갈 것이고

이러면 어느 순간에 저는 분명히 권위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안에서 뭔가 중요하게 전달돼야 되는 메시지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눈으로 보는 이미지로 어렵지 않게 한번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전시들을 만들고 싶어요.

이걸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하면 재밌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uaIfkdH9WiE&t=60s



https://brunch.co.kr/@herara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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