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적 맥락'에 대한 고민
최근 한 교사가 이슬람 종교지도자를 모욕하는 만평을 수업 교재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참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프랑스 사회와 이슬람 세력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프랑스와 이슬람의 충돌은 21세기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9.11 테러 이후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으며, 지난 8년간 테러로 인해 약 260명이 희생되었다.
이러한 사태의 표면적인 원인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프랑스의 오랜 라이시테 전통의 대립이 꼽힌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두 세력의 갈등으로 단순화하기 이전에 프랑스 사회가 갖는 특수성을 짚어보아야 한다. 프랑스 사회 내에서 이슬람교도가 갖는 의미, 그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하면 이슬람에 대한 프랑스 주류 사회의 공격 뒤편에 뿌리깊은 소수자 차별이 자리잡고 있음이 드러난다. 즉, 유서깊은 갈등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소수자, 계층 피라미드 최하층으로서 이슬람교도들이 겪는 고충을 방관하고 악화시킨 프랑스 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프랑스의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마그레브 출신 이민자들의 자녀 혹은 손자다. 이들은 부모 세대로부터 가난과 멸시를 물려받았다. 그 중 다수가 일용직 노동자로서 대도시 교외의 낙후된 지역에 거주한다. 30세 미만 청년 실업률의 경우 이슬람계 프랑스인의 수치가 평균 수치의 두 배에 이른다.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도시의 위험 분자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슬람 이민자 2, 3세들은 유년시절부터 정체성 혼란, 존재론적 위기를 겪으며 성장한다. 프랑스 사회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괴로움, 외로움이 벌린 내면의 틈에 이슬람 극단주의가 스며든다. IS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은 저소득층 이슬람계 프랑스인 10, 20대들에게 SNS를 통해 연락해 친밀감과 소속감을 형성하며 조직원을 늘린다. 평생을 소외당하며 산 이슬람계 청년들은 손쉽게 테러리스트 무리에 포섭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받고 조종당한 '외로운 늑대', 즉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범죄는 지난 10년간 프랑스 사회를 위협해 왔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차별과 소외를 구조적, 제도적으로 강화한다. 갈등,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프랑스 지도부는 근본적인 불평등의 문제는 무시한 채 인종, 종교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지난 10월 교사 참수 사건 직후, 정부는 이슬람계 프랑스인과 이슬람교 자체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반분리주의 법안과 이슬람계 가정의 홈스쿨링 금지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가정에서의 이슬람 교리 교육이 테러를 낳는다는 이유다.
이러한 조치는 프랑스 내 6백 만 이슬람 인구에 대한 배척이며, '소외감', '정체성의 불안'이라는 이슬람-프랑스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해결에 나서는 대신, 국가가 오히려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며 무고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프랑스 갈등의 본질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인종, 종교와 사회경제적 위계가 맞물려 있다는 프랑스 사회의 특수성을 되새겨야 할 때다. 반복되는 갈등과 희생의 배경에는 카톨릭교 백인에 의한 이슬람교 비백인 차별이라는 '프랑스적 맥락'이 존재한다. 약자를 구조적으로 억압, 배척하는 주류 사회에 대한 뒤틀린, 반인륜적인 대응이 '테러'로 나타난다. 수 세기간 자유, 평등, 박애와 관용을 국가 주요 가치로 내걸어온 국가로서, 톨레랑스가 국민 일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톨레랑스'임을 주지해야 한다.
(커버사진 ⓒBangkok Post
"Al-Qaeda threatens Charlie Hebdo for republishing Mohammed cartoons: SITE", 12.9.2020 발행, https://www.bangkokpost.com/world/1984115/al-qaeda-threatens-charlie-hebdo-for-republishing-mohammed-cartoons-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