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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한 Nov 18. 2021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 이유

(feat.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내 인생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나는 제주도 무 농장에서 일을 할 때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3가지를 얻었다. 첫 번째로는 실력. 공익근무요원을 끝을 내고 바로 제주도로 내려갔다. 당시 나의 몸 상태는 매우 좋지 못했다. 3교대로 돌아가는 근무, 잘 때는 깨어있고, 일어날 때는 자고 있다. 더 문제는, 일어나 있을 때는 잠을 쫓아내기 위한 명목으로 많이 먹었던 것. 그래서, 살이 차올라 못해, 터져 나오려 했다. 대신에 운동은 0%. 


아무런 생각 없이 돈 벌기 위해서 갔다. 그리고 업장에서 쫓겨났다. 단순히,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나 때문에 같이 가신 형님은 2배로 일을 했으니 너무나 미안했다. 나는 그곳에서 1인분을 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이유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 정신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을 했었다. 일도 너무 힘들었고, 생활에도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나, 다음날 아침의 고통은 잊을 수 없다.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나의 근육이 뒤틀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고 다시 일하러 갔다. 그리고 다음날도 일하러 갔고, 계속해서 일하러 갔다. 딱 3주였다. 내가 에이스가 된 것은. 일부러 힘든 곳도 가보고, 다양한 움직임이 필요한 업장도 들어갔다. 고됐지만, 당일급으로 나오는 돈을 보면서, 나름의 가치를 느꼈다.(이러면 안 돼요!! 근데, 이게 그 당시 솔직한 심정.)


이제 마지막 이유다. 가끔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공부보다 쉬운 것은 없다."이것은 내가 완숙미가 넘치기 시작한 2개월 차에 들어서서 느꼈다. 어느 정도 일에 적응이 되자, 그곳에서 일하는 어른들, 형님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으로 욕도 하고, 농담도 했다. 일의 완성도가 올라가니, 나에게 다른 쉬운 곳, 혹은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일들을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 더 친해지니,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7명에서 8분 정도. 모두 한때 자신의 고향에서 주먹 좀 쓰셨던 분도 계셨고, 사업하다가 망하신 분도 계셨고, 과거 이야기를 하자니, 그냥 술만 들이켜시는 분도 계셨다. 그러다, 강원도 철원 아저씨가 말해줬다. "빨리 서울 가서 공부나 해 여기서 썩지 말고." 정말 그 말이 맞다.




제주도의 삶을 험담하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환성의 섬 제주도로 향하지만, 그곳에의 삶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벌지만, 진정한 낙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소작 소작한 농부의 삶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이미 인터넷을 널리 이용을 할 수 있고, 외지인들도,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은 곳이다. 그곳에서, 심심한 사람들은 도박에 손을 대면서, 점점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삶의 시궁창과 같은 현장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곳을 떠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내가 제주도에서의 일상과 싯다르타의 주요 내용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면, 로 이러한 배움은 누군가 준다고 한들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저마다의 상황에서 스스로 알아야 한다. 지금 내 글을 읽었다고 해서, 저 3개의 지혜가 자신의 것이 될까? 아니다. 이것은 헛된 희망일 뿐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만 다시 제목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내게 큰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6년이 지난 지금 내가 이렇게 다시 생각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모든 것이 다 주어졌다면, 그저 3달 동안 500만 원 벌어서 행복했던 기억일 뿐일 것이다. 싯다르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민음사 싯다르타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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