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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ug 06. 2020

[스타일 꼬치꼬치] 국회의원/정치인의 패션에 대하여

원피스가 문제가 아니라

류호정과 류호정의 원피스가 실검에 올랐다. 검색해보기 전에는 누군지 몰랐는데 대리 게임으로 문제가 됐던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더라. 그래서 류호정 원피스도 찾아봤다. 잘 어울리더라. 상의 쪽 카라와 심플하게 떨어지는 어깨 라인은 그녀의 톰보이 같은 이미지와 잘 어울렸고 허리 라인이 들어가 A라인으로 퍼지는 리본 랩스커트는 그녀의 로맨틱한 이미지도 잘 드러냈다. 게다 청록색(자세히 보이지는 않아 정확하지는 않다)이 가미된 진한 심홍색(마젠타)의 다이아몬드 패턴은 트렌디함과 역동적인 느낌을 함께 주니 그녀는 자기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도 잘 알고 있을뿐더러(누군가에게 추천받은 것일까?) 실검 1위에 이틀 동안 올라가는 존재감을 알렸으니 속으로는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국회의원의 생명은 의정활동을 잘 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에 있지만 실상은 '이름을 알려야' 하는 것에 더 가깝다. 의정활동을 잘해서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든다 하더라도 TV에 몇 번 나와서 정치 셀럽이 되면 정치인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해지는 것은 권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내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은 부작용도 있지만 영향력을 알리기에는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는 파급력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류호정의 원피스는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꽤 똑똑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국회의원의 복장 규정은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장을 입는다. 예전에 유시민이 하얀색 바지를 입은 것(그 시대에!)이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그때도 '예의가 없다. 상황에 맞지 않다.' 등등으로 복장을 지적했는데 지금도 일단 튀는 복장에는 '옳지 않다'로 지적하는 것이다. 남자 국회의원들은 끽해야 넥타이 색깔 정도로만 개성을 표현한다. 예전에 심상정 대표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오렌지갈색에 가까운 재킷을 입고 나온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잘 어울렸고 어두운색 일색인 국회의원 사이에서 저렇게 입어도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사실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보다 좀 더 자유롭게 입는 외국 정치인들을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보수 쪽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그나마 분홍색이나 자주색 재킷을 입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하지만 그녀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기질적인 성향 때문인지 채도가 낮은 무거운 느낌의 색깔 위주로 선택한다)


그래서 류호정의 원피스는 파격이다. 그리고 류호정의 원피스에 '옳다 그르다' 잣대를 들이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자신은 그렇게 입지 못하는데서 오는 억압된 욕망의 발현일 수도 있다. 대세에 편승하면 편하다. 그리고 안정감 있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어렵다.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터틀넥+뉴발란스 룩이 (그의 능력과 함께) 유명해진 것과 재클린 케네디의 화려하고 트렌디하면서 품위 있었던 영부인의 옷차림이 하나의 롤모델이 된 것처럼 말이다. 대세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난 돌이 되는 것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일이며 그것을 기꺼이 감수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류호정의 원피스를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에너지가 아깝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무슨 의도로 원피스를 입었는지, 욕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욕을 하는지, 내가 원피스 복장에 찬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한 편으로는 그녀의 원피스 복장이 고맙기도 하다. 여전히 국회의원들 일처리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고 한심할 뿐인데 죽은 척 잠잠하던 국회의원들을 일깨워? 줬으니 말이다. 정장만 제대로 차려입는다고 일 잘한다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면서 국민들을 위한 의정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구현해내는 모습이 보인다면 정치인이 무엇을 입든 국민들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옷만 차려입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다. 원피스를 입은 게 문제라고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라 원피스만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할 때 손가락질을 해야 한다. 그녀에게 잘 어울렸던 원피스가 8만원대의 국내 브랜드라는 것도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치계에서는 처음으로 '완판녀'가 되었다. 완판녀는 배우나 셀럽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치인도 가능하다는 것을 류호정은 보여줬다. 이제 '류호정 여기 있소'는 알렸으니 '일 잘하는 류호정'이라는 수식어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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