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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14. 2016

우리에겐 진지한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 2012.02 작성한 글

처음, 경청에 대해서 배운 건 라이프 코칭 스터디를 할 때였다. 그 전에도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 듣기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듣는다'에 대해서 좀 더 업그레이드한 '경청'에 대해 눈 뜬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듣는다. 자기 이야기 하기에 급급한 사람은 듣기 훈련이 안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오래 이야기한다던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할 경우 답답해서 참지 못하기도 한다. 중간에 끊어버리거나 자신이 대신 이야기해 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의 평소 습관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그냥 표면적으로 흡수하는 '듣기'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경청은 무엇일까? 경청은 그 사람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식을 넘어 무의식까지 건드릴 수 있는)의 핵심을 파악하는 듣기이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말을 듣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건지 그 사람의 심리까지 파악해 질문 혹은 답변할 수 있는 듣기의 기술이다. 나도 경청의 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진지한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대로'란 부정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수용하되 그 고민에 대해 스스로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물론 생산적인 비판은 가능하지만 어떤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결여된 혹은 진정성이 부족한 비판은 '제대로'가 아닌 그냥 너가 틀렸음을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일 경우가 많다. 이렇듯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 생각해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내 놓았다가 부정과 비판만 가득한 답변을 듣고 자신의 진지한 이야기를 자기 마음 깊숙한 곳에 가두어 버린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하면 좀 안타깝기도 하다. 어쩌면 그 이야기가 풍성하게 피어 올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시초가 되었을 수도 있기에. 역사를 거슬러보면 남들이 보기엔 미친 것 같은 생각이 결국은 역사의 큰 획을 그은 것을 보면 대부분의 획기적인 발견은 평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진지한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보통 내 주변의 진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고민이 대다수이다. 학생들, 직장인, 주부들 등 자기 삶에 끊임없이 물음표가 생기는 사람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자기 삶에 대한 물음표에 대한 대답은 자기 성찰로 인해 답이 나올 때도 있지만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나의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누군가가 앞에 있다는 믿음 하에 세상에 내 놓았을 때 그 순간적으로 해결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을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여기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아닌 고민하고 있는 분야에서 진정성이 있는)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가감없이 털어놓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어떤 답을 내놓는 사람이 아닌, 내 이야기를 진전시킬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짧게는 20년 동안 길게는 40년 동안 내 이야기를 빠트림없이 이야기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한 때 자소서 첨삭을 해줄 때의 일이다. 자소서 작성을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생경험을 알아야 했기에 짧게는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그 동안 겪은 인생 경험에 대해서 빠짐없이 물어보고는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것으로 그 사람이 평소에 잊고 있었던 기억을 생각해 내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자체로 상당히 머리가 맑아지고 뭔가 인생이 정리되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난 그냥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듣고 궁금한 것은 물어봤을 뿐인데. 그러면 100이면 100 모두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해본적은 처음이라고. 아마 자신의 인생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자신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생각해본다. 


인생은 길지 않다. 뭔가 이야기를 했을 때 '통'한다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의 만남은 상당히 중요하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다는 기분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이야기를 스펀지처럼 흡수해 더 큰 스펀지로 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일들을 더 이상 생각만으로 그치게끔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루트도 소개해 주고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만히 있게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고 싶다. 진지한 얘기를 하고 싶다면, 주변에 레이다망을 넓혀라. 그런 다음 '제대로' 들어줄 사람을 포착해 놓아주지 말자. 이야기를 다 들어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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