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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10. 2020

20편 신에게는 아직 180권의 노트가...

<쇼핑 오답 노트> 제작기 마지막화

가끔 <쇼핑 오답 노트>를 책의 굿즈로 판매하지 않고

애초에 텀블벅으로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무슨 차이냐 하면 책의 굿즈로 만드는 것은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 수량을 정해서 제작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텀블벅으로 펀딩을 해 제작했다면 구매자를 선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제작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을 덜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 제작 권수가 100권이므로

200권의 제작 권수도 많은 편은 아니다.


2번의 텀블벅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나같은 펀딩 똥손은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이 없는 건 확실한데

내가 만든 제품이 매력이 없다고 이야기하기엔 자존심이 너무 상하잖아!!!)

100권만 텀블벅에 올렸어도 그리 많이 팔렸을지 미지수다.


하여간 첫 플랫폼에 등록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난 지금

총 판매된 권수는 1권! 그것도 쿠폰 이벤트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쿠폰을 적용했든 안 했든 한 달이나 지나서 판매량을 확인했을 때

1권도 안 팔렸다면 나 너무 슬펐을 것 같다.

어떤 이는 1권 팔린 게 더 슬픈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그래 니 말도 맞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어떤 이유에서든)

이 신박하고 새로운 노트를 누군가가 샀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바이다.

(그러면서도 리뷰에 악플 달릴까봐 약간 노심초사 중.

하지만 내가 출간한 책을 봐도 악플보다는 무풀이 선점 중이니 이건 불행 중 다행인 걸까)


2030(어쩌면 40까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옷장 속 나의 스타일 패턴을 돌아보고

좀 더 재미진 옷입기를 했으면 하는 것이 제작자(나)의 가장 큰 바람이긴 하지만.

어차피 비주류 오브 비주류고. 팔릴 꺼라 예상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노트를 만든 것이니 제작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책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쓰고 싶은 책.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쓰다 보니

어느 출판사에서도 내주려고 하지 않아...내가 자비로 출판했다는 돈 까먹는 이야기...


그렇게 방구석에는 책의 재고와 노트의 재고가 쌍으로 쌓여 있다.

<문제는 옷습관> 텀블벅 때 좀 팔릴까 싶었는데 역시 전략을 잘못 잡은 듯 싶다.

굿즈로 만들었는데 본제품과 맞먹는 금액은 뭐죠? 책이 15,000원. 노트가 10,000원.

이 모든 것은 '굿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도 있고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본전 회수율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 체계에 있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못 먹은 빵이 생각나겠는가. 못 만든 노트가 생각나겠는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만들고 싶은 거 만들다가 빵 사먹을 돈이 없어 굶어 죽는 거겠지.


문득 내년에 제주도에 가서 한 번 살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때까지 목표는 방에 쌓인 책과 노트의 재고를 다 처분하는 것이다.


그냥 두고 가면(그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엄마가 날 가만두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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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 코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쇼핑 오답 노트> 제작기 목차


1. 쇼핑 오답 노트 만들고 싶다.

2. 자체 디자인만 제작합니다.

3. 텀블벅에 쓸 굿즈가 있을까요?

4. 원하는 디자이너 찾는 법

5. 경력과 포트폴리오 그리고 성장

6. 빠른 일처리를 위해 필요한 3가지

7. 월요일 의뢰, 토요일 입금 완료

8. 스프링 노트 인쇄 업체를 찾자!

9. 팔 수 있는 만큼만 제작하자!

10. 수정의 변수는 늘 생긴다.

11. 현실이 된 <쇼핑 오답 노트>

12.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기

13. 입점 검토 기간 3주 이상

14. 제품 소개 상세컷이 필요해

15. 폭염의 중심에서 촬영 시작

16. 사진 촬영이 끝인 줄 알았지?

17. 드디어! 첫 플랫폼에 등록 완료.

18.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9. 바코드 등록과 저작권 등록증.

20. 신에게는 아직 180권의 노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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