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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05. 2020

불혹어 사전(10) 적성

[적성]


* 네이버 국어사전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 능력. 또는 그와 같은 소질이나 성격.


* 불혹어 사전

불호와 호가 -5와 5사이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불호와 호 사이의 하나를 랜덤으로 찍어 오래 하다보면 탑재되는 소질이나 성격.


(사람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불호의 정도는 다르다. -2정도의 불호도 사람에 따라서는 참을 수 있으며 그걸 오래 계속하다보면 호가 되기도 한다. 또한 호라고 생각해서 했던 일이라 하더라도 +3에서 시작한 호의 일이 어느 순간 어떤 요소에 의해 -1로 떨어지기도 하니 적성을 찾았다고 해서 적성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처음과 같이 유지되는 것 또한 아니다.)


* 불혹의 말

20대만큼 적성이란 말을 많이 쓰는 나이도 없을 것이다. 취업을 하기 위해 나의 적성을 찾아야 하며 적성을 찾은 사람이야말로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일이, 나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록 적성이라는 '환상에 가까운 단어'에 매달릴 확률은 높다. 나 또한 적성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일을 하면서 나의 마음은 수도 없이 흔들렸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고 혼란이 없는 것도 아니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와 함께 방황은 계속된다. 언제까지? 29살에 시작해서 40살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꼬박 10년은 채웠다. 그러니 적성을 찾았든, 못 찾았든 우리는 어쩌면 적성이라는 단어에 매달려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너무너무 하기 싫어 끔찍한 일이 아닌 이상, 이 정도면 참을만한 일인 이상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고 적응이 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까지 '적성'이란 결코 와닿지 않는 단어인 것이다. 그리고 일이란 일 자체를 넘어 그 일을 하는 환경과 사람, 일이 나에게 주는 강도 등 '일'이라는 단어에 포함되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 사람에 따라 적성이란, 일 자체만을 놓고 봐서는 안 되며 그 일에 영향을 주는 주변 요소들과 그 주변 요소들을 대하는 나의 호, 불호에 따라 출렁이는 파도와 같으니. 적성을 찾으려면 호를 좇을 것이 아니라 극불호를 배제시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과거의 나에게 조용히 속삭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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