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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17. 2016

두려운 건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마인드 컨트롤의 자세 - 2012.04 작성

최근에 나에게 들어왔던 방송촬영을 다른 분에게게 넘겼다. 봄맞이 스커트 코디에 관한 내용이었고, 스타일링 측면은 재밌게 할 수 있었겠지만 S/S 트렌드에 맞는 설명을 해야했기에 이미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그 분이 좀 더 맞다고 생각했고 '퍼스널 스타일링' 분야에 관심있는 분이라 방송 경험이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 권유하여 촬영에 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워낙 방송일이 여유가 없이 섭외가 오고, 매장 섭외 역시 작가분이 진행하는 거기 때문에 대략적인 방송 컨셉만 듣고 당일 촬영에 임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한 부분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분량의 코디 컷을 찍어야 했기에 소개한 분의 고충이 따랐지만 누구나에게 첫 경험은 어렵고 힘든 것보다 지나고 보면 '얻는 것' 또한 많기에 촬영이 끝난 후 우린 녹초가 되었음에도 그 기분만큼은 한 껏 업 되었다. 


스타일링 방송은 작가분이 섭외를 할 때 대략적인 방송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런 다음에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협의/조율을 하고 그것이 맞으면 진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 기획과 섭외를 하는 작가측과 방송 촬영과 편집을 하는 촬영팀 측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 중간 촬영 당사자가 겪게 되는 당황스러움인데 몇 번의 촬영으로 '작가팀'과 '촬영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음에 신기?했던 적이 있다. 촬영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방송을 위해 물 흐르듯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큰 줄기를 쥐고 있는 작가팀과 촬영팀 그러니까 방송국에서는 작가팀이 현장에서는 촬영팀이 그것을 잘 이끌어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 두 줄기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당사자,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매장 매니저 등에게도 이런 부분을 잘 설명하고 가능하면 혼란없이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그런 역할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물론 안 그런 작가와 촬영감독도 있다.) 촬영에 투입되었을 때 작가와 촬영팀의 이런 커뮤니케이션 조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 아주 중요하다. 


두번째는 촬영 섭외를 받았을 때 그 촬영을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이다. 보통 나같은 경우는 섭외를 받고 프로그램의 컨셉을 들으면 대략적으로 어떻게 끌어가면 좋을지 생각이 잡힌다. 그리고 내가 '전문가'로써 섭외된 만큼 내가 생각한 대로 촬영이 잘 진행되게끔 커뮤니케이션이나 스타일링을 이끌어간다. 커뮤니케이션이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내가 원하고 제안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하면 되지만 스타일링 같은 경우는 내가 매장 섭외를 하지 않는 이상 작가분이 섭외한 매장에 내가 스타일링하고 싶은 아이템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지 않게 될 경우는 당황하게 될 소지가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사이즈가 안 맞거나 내가 생각한 아이템이 없어 당황했지만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차선'으로 방송이 무사히 잘 끝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촬영에 임하는 유동적인 자세란 것을 깨달았다. 이런 것들은 처음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정장 차림의 두 여자가 밥을 먹을 때도 커피숍에 가서도 축 늘어져 구두를 벗고 '나 피곤해요.'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을 때 이처럼 변수가 많은 촬영을 잘 마무리함에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지를 알 수 있겠다. 그래서 이와 같은 새로운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일링 능력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문제해결능력이다. (실제로 내가 임했던 촬영에서는 촬영당사자가 펑크를 냈던 적과 펑크를 낼 뻔한 적이 있다.) 오로지 촬영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도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번 촬영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촬영을 권유한 내 쪽에서도 너무 미안했지만(첫 촬영이기에 같이 갔었다.) 그래도 이러한 '첫' 경험이 나중에 '큰' 경험을 하기에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기에 힘들어보이는 것을 알면서도 가급적 도움을 주기보다는 지켜보려 했고 내가 그 상황에 있어도 별 뾰족한 수없이 당황했을 상황에도 잘 풀어내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 본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두려운 것은 우리가 그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은 독수리가 새끼에게 날개짓을 가르쳐 줄 때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것처럼 조금은 위험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일을 습득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란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왠지 위험하고 무모해 보여도 그 사람이 경험해봐야 비로소 보이는 분야의 현장에 바로 투입시키는 그런 무자비한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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