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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20. 2016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누구도 하지 않은 것

중요한 건 선택보다 선택 이후의 삶 - 2012.06 작성

자기다움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돈이 안 되는 것만 하고 있다.' 나는 초심을 떠올릴려고 노력할 때면 써놓은 원고를 읽어보고는 하는데 자신의 장점과 매력은 찾아보지 않고 연예인들과 비교하며 좌절하고, 좋아하는 옷을 입어보기 전에 안 어울릴 거야 라며 지레 포기해버리는 상황을 뒤집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초심이었다. 당신도 괜찮다고. 입어보기 전에는 잘 어울리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그래서 처음 이 일을 마음 먹었을 때 모래 사막에 나무를 심는 기분이었지만 괜찮았다. 왜냐하면 가까운 곳에 오아시스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긍정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낙관도 아니다.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다.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얘가 말라비틀어진 땅에다 나무를 심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마치 비옥한 토양에 나무를 심는 그런 편안한 기분이 들 때. 난 이제까지 그런 기분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사막은 나에게 비옥한 땅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남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가다보니 그 한 번의 선택만이 다가 아니었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이 모여 이루어진 나만의 원더랜드라지만 그 순간 순간의 선택에서 남이 많이 가는 길과 선택한 사람이 없어 길이 보일 듯 말 듯한 곳의 두 군데 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했던 고민은 계속 그런 고민이었나 보다. 남이 많이 가는 길과 내가 개척해 가는 길. 쉬운 길과 어려운 길. 사회 속에서 쉬운 길은 돈이 보이는 길이다. 어려운 길은 돈이 안 보이는 길이다. 그래서 자기다운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한 동안 돈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자리를 잡기까지의 노력X시간=?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함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하기에는 배짱이 필요하다. 


일단 아무도 하지 않았던 분야에는 뛰어들었다. 펭귄이 바다에 뛰어들 때 맨 앞에 있는 펭귄이 뛰어들어야 차례로 뛰어들듯이 이제는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나 퍼스널 쇼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퍼스널 스타일링' 분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자칫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위협적인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장을 형성하는데 있어서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많아지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전에는 이런 서비스의 존재유무를 몰라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면, 이제는 어떤 서비스가 나한테 가장 잘 맞을 것이냐에 초점을 두고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이래로 여전히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돈을 주고 받는 다는 것에 대한 어색함, 두려움이 있다. 연필은 제작, 생산, 유통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지만 서비스는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에 서비스 제공자의 기술력(능력, 브랜드가치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지불 비용이 비싼가 싼가를 판가름하기 어렵다. 만족도가 극히 주관적이므로 한 번 받아보기 전까지는 신뢰를 얻기 어려운 것도 시장 형성의 어려움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자들이 많아지는 것에 찬성한다. 사실, 난 경쟁에 있어 그렇게 메리트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그냥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뿐;;)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군분투하고 계속 온리 원이 되는 길만 선택하고 있으며 그 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로또같은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장 형성을 위해 이 분야에 대해 객관적이고자 노력하고, 이 직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아는 한 정보 전달의 책임감도 느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을 통해서 도움을 받고 많은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들도 윈윈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난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건 착한 사람 컴플렉스도 아니오, 1세대로써의 책임감도 아닌 그냥 무의식 중에 깔린 '혼자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같이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하는 선인들의 말씀을 확인하고 싶은 오기?욕같은 거다. 게다 경쟁심리 제로인 나는 경쟁자마저 없으면 도태되기 딱 좋은 스타일이라 어찌보면 나를 자극하는 최고의 방법은 경쟁자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로 시장형성을 위해 애쓰는 첫번째 의도는 '나를 위함'이라는 이기주의적인 발상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왜 도약을 못하니?!!) 나의 삶은 아이러니다. 


약간 좀 이상하긴 한 것 같다. 상황이 불리해지면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물론 해결책도 모색하긴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나에게 오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며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며 파고든다. 결론은 버킹검! 난 스타일코치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웃사이더적인 선택을 함에 있어서 그 선택의 결과물이 어땠느냐에 대해 나중에 이런 선택을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반딧불?이 되고자 하는 욕구도 있다. (이거 합리화아냐? ㅡㅡ 이런 반대급부의 물음이 날 상당히 고통스럽게 한다.) 얼마 전에 대기업에 최종합격했는데 꿈을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어떤 방송에서 들었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선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막상 선택을 해보면 선택보다는 선택한 이후에 내가 되고자 하는 목적지의 끈을 놓지 않고 그 방향성대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그 친구가 대기업을 가든, 대기업을 가지않고 노력을 하든 두 가지 모두 거기에 맞는 기회비용은 존재한다. 그 기회비용을 토대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놓지 않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에 갔더라도 없는 시간을 쪼개 노력할 수 있는 것이고, 꿈을 찾아 간다면 언제 움켜쥘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꿈에 대한 행복 하나만으로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면 내가 그 끈을 놓지 않는 한 꿈은 나에게 다가와 있는 것이다. 삶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불평할 필요가 없다. 삶은 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선택보다 선택 이후의 삶이다.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고 선택만 올바르게 하면 그 이후의 삶은 저절로 따라오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나도 그랬는데 뭐 어쩌겠어. 그래서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의 상황이 나쁘다면 이런 상황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말 어렵고 로또같은 길이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나에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가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고 진화하다보니 결국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가 이렇게 생겨먹어서 그런 것일뿐. 그래서 좀 더 버터보련다. 언젠가 '빵'터질 이문연의 길을 위해서. 그러면 또 그 길은 나만의 길은 아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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