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후반 나이에도
40대 딸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아빠는
(사실 어떤 자식들보다 열심히 사시는 듯)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다른 자식들은 다 번듯한 제 역할이 있지만
나는 프리랜서인 듯, 한량인 듯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그 소임을 다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는 거라며
나중을 위해 지금 열심히 해 놓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신다.
책은 잘 팔리냐는 질문도 빼놓지 않으시는데
늘 '아니요'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나 또한 말하면서도 아쉬울 따름이다.
잘 팔리지도 않는데 잘 팔린다고 거짓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통화에서 아빠는 '고마, 책 이제 내지 마라'라고 말씀하셨다.
팔리지도 않고 고생만 하면서 뭐하러 책을 내냐고 말이다.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예전만큼 책이 잘 팔리는 시대도 아니고,
책을 쓴다고 예전만큼 인정받는 시대도 아니다.
게다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아빠마저도
이제 영상물때문에 종이책은 안 팔릴 거라는 전망을 하는 걸 보면
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러가지 시대적 상황(독서 플랫폼의 발달, 쓰려는 자들의 증가, 중고 서점의 발전 등)에 비추어 보면
종이책이 예전만큼 안 팔리는 건 맞기 때문이다.
물론 와중에 베스트 셀러가 되는 책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책이 인세와 유명세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는 부럽긴 하지만
그런 책은 폭죽처럼 활활 타오른 후 알라딘 중고서점에 쌓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에
그게 좋은 건지 어쩐 건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중고 서점에 쌓여있는 내 책을 보고 싶지는 않다.
(다시 생각해보니 한 5쇄 이상 팔리고 중고 서점에 10권 깔리는 게 낫나;;;)
나도 예전만큼 책 출간에 열정적이지 않고
종이책 출간에 다소 회의적으로 변한 건 사실이다.
지난한 투고(출간 저자라고 원고를 더 봐주거나 하지는 않다)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노고(출판사, 편집자, 저자)가
책 한권에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쉽게 출간하고 쉽게 유통이 되며
전자기기로 접근이 쉬운 전자책 출간을 시작한 것도 있다.
아빠는 답답할 것이다. 안부를 물었을 때 기운 팍팍 나는 소식을 듣지 못해서.
나도 답답하다. 기운 팍팍 나는 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없네.
날은 더워지고 저녁 식이로 배는 고프고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걱정만 또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