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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03. 2016

취향이 명확하거나, 감각이 뛰어나거나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옷을 잘 입는 사람에 포함이 될까?

사람들은 왜 옷을 잘 입으려고 할까? 


여러가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른 건 잘 몰라도 이 두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취향이 명확하거나, 감각이 뛰어나거나다. 취향은 옷에 대한 선호도이다.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확실한 거다. 감각은 누가 봐도 인정해주는 옷에 대한 센스이다. 조화로운 룩에 대한 '촉'이 발달한 사람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기준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기는 힘들어도 그들만의 '퍼스널 스타일'이 확고하기에 그 아우라로 이미 잘 입는 기준에 속한 사람들이다. 누가 뭐라해도 자기가 입고 싶은대로 입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그 자체로 이미 패셔니스타이다. 후자는 타고난 감각 혹은 피나는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다. 감각은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학습될 수 있다. 공효진이나 류승범이 애초부터 패셔니스타가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는가?

취향이 명확한가? 아니면 감각이 뛰어난가?

둘 다 아니라면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걸까? 


다행히도 취향과 감각은 개발이 가능하다. 취향과 감각이 부족한 이들의 경우 쇼핑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쇼핑이라 함은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상황과 그 상황에서 돋보이는 나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마구 펌프질되는 세로토닌에 의해 지갑을 열게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취향과 감각이 없다면 '그 옷'이 어떤 옷인지 알 수 없고 진수 성찬과 같은 아이템들을 보며 영 감흥없는 시츄에이션으로 멍 때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 먹는 취향을 한 번 생각해보자. 부페에 가면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취향이다. 감각은 간단히 조리해서 먹어야 되는 음식이 있을 경우 그 음식을 최상위 맛으로 조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재료를 가지고 한 번 먹으면 또 먹고 싶어지는 음식을 만들어내니 그런 감각을 부러워하지 않고 배길 수는 없을 것이다. 자, 그럼 다시 백화점으로 돌아와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의 취향이란 것을 찾아보자. 취향이 일반적으로 '잘 입는 기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너무 독특해 '튈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라 하더라도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를 벗어나 숨은 욕구를 똑바로 직시해보자.  


이제 다시 옷들을 둘러보자. 한 번쯤 입어보고 싶은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는가? 나한테 어울릴 거란 자기검열 바리케이트일랑 저 쪽으로 멀리 치워버리고 일단 입고 싶은 옷들이 있는지 한 번 쭉 훑어본다. 그러면 100가지의 옷 중에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은 그런 옷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디자이너에 대한 모욕 아니 굴욕쯤으로 해두자. 취향은 100개 중에 마음에 든 한 가지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옷을 입어보고 그 다음에 어떤지를 판단해본다. 아주 훌륭하지 않아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정도면 성공이라 말해주고 싶다. 이제까지 본인의 선택 혹은 취향에 따라 옷을 입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최초의 선택부터 아주 킹,왕,짱 훌륭하길 바란다면 당신은 이미 패셔니스타가 되었어야 하거늘.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일단 그 정도로 만족한 후에 스텝 바이 스텝으로 취향을 확고하게 다져나가면 된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사람은 다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옷 하나에서부터 시작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얼마나 빨리 시도했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 


취향도 그렇지만 감각을 기르는 것 역시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감각은 롤모델을 한 명 정하면 빠른 습득이 가능하다. 물론 옷을 잘 입는 기준을 제시해주는 실용서도 많지만 그것 이상으로 효과가 좋은 건 자기가 배우고 싶은 스타일적 감각을 가진 롤모델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다. 글쓰기 또한 본인이 닮고 싶은 사람의 글을 베껴쓰는 것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헐리우드 배우들과 우리나라 배우들까지 포함해 한 명을 정해서(단, 내가 어느 정도 감각이 길러지기 전까지는 한 명으로 국한하는 것이 좋다.) 그녀가 입은 스타일대로 매일 입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입다보면 입은 모습을 계속 보게 되고 감각을 눈으로 계속 익히게 된다. 그게 어느 정도 쌓이면 그 감각을 토대로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대로 응용해서 입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니 그것이 바로 연예인들이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다가 어느 순간 스타일에 대한 감각이 트여 '혼자서도 잘해요.' 시츄에이션에 이르는 것과 같은 이치겠다. 


뭐든 노력과 정성없이는 얻기 힘든 법. 옷 잘 입는 법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나의 취향이 뭔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마음가짐과 옷 잘 입는 그녀들의 감각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취향)를 알고 적?(감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는가? 굳이 손자병법을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나를 아는 것은 어디에서도 중요한 일. 스타일 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싶다면 나에 대한 공부 먼저 하자. 그것이 나를 사랑하고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스타일리시해지는 지름길이다.


* 글쓰는 스타일 코치 이문연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저자.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타일 코치. 정작 자신은 옷보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관심이 있고, 사람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성적 크리에이터.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를 통해 스타일링 교육 및 333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기만족을 위한 칼럼, 웹툰, 팟캐스트를 생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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