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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03. 2016

30대 흰머리, 섹시할 수는 없는 건가요?

토닥토닥 스타일 상담소 No.1

Q.  안녕하세요? 스타일코치님,

저는 3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는 여자입니다. 30살부터 시작해서 머리에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아예 뽑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네요. 주변에서는 염색해야 하는 거 아니냐, 벌써부터 그러면 어쩌냐 말들이 많은데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주변의 반응에 대한 테스트? 정신으로 일단 5개월 넘게 기르고 있습니다. 나이든 분들의 흰머리는 멋지게 보이기도 하던데, 30대 흰머리는 꼭 염색을 해야 하는 건지요?


A. 안녕하세요. 저랑 상황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30살 이후로 흰머리가 많아져 잘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개인적 관점에서 본다면 30대 흰머리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해보니까 이렇더라고요. 나를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저는 크게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을 나눕니다. 성격, 능력, 외모 등등. 내적인 부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기질, 성향, 능력 등을 얘기한다면 외적인 부분이라 함은 타인이 나를 봤을 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해 봅니다.


내 스스로에 대한 '상'이 흰머리를 포함해서까지 건강하게 유지가 된다면 OK!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살아가잖아요. 혼자만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고 누구나 섹시하게 봐주지는 않지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흰머리는 노화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기준을 깨부수지 않고는 타인에게 '섹시함'을 강요할 수는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내가 그들에게 흰머리는 왜 섹시할 수 없는가?를 강요하지 않는데 그들은 나에게 검은머리의 섹시함을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문화 속에서 더 예쁘고 멋진 것에 끌리는 것이 인간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요. 하지만 그러면서 또 인간은 '수동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자신의 행동에 또는 본성에 늘 질문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저도 잘 못하면서 이런 얘기 쓰니까 참 낯 간지럽네요.) 그래서 아름다움의 보편적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스스로 흰머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도 나에게 염색을 강요할 수 없듯이, 어느 순간 내가 흰머리로 인해 위축되는 느낌이 있다면 염색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이 똑같은 미의 기준으로 나에게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5개월 동안 흰머리를 유지하면서 흰머리에 대해 언급한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겁니다. 아마 저를 위한 언급이었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편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나의 어떤 것(강점이 아닌)에 대한 '언급'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그 때마다 당당하게 흰머리에 대해 논?하지 않았던 것 역시 저도 아직 흰머리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고요.


한 번 쯤 이런 질문을 하고나서 또 부딪히보다보면 나에게 맞는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있는 고정관념을 바꿔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들을 바꾸지 않고 그들이 나를 바꾸지 않게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로써 온전히 지키는 것. 그게 우리를 더욱 섹시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흰머리와 함께 좀 더 섹시해지자구요!


[토닥토닥 스타일 상담소]는

스타일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의 변화를 돕는 스타일코치 이문연의 외모/스타일/자존감 고민에 대한 상담글입니다.


* 2014년 블로그에 썼던 글을 퍼온 것입니다.


* 글쓰는 스타일 코치 이문연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저자.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타일 코치. 정작 자신은 옷보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관심이 있고, 사람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성적 크리에이터.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를 통해 스타일링 교육 및 333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기만족을 위한 칼럼, 웹툰, 팟캐스트를 생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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