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말말말
이병헌(동석) - 밑줄 / 신민아(선아)
항소한다며?
그 때 이겨서 애 델고 제주 가면 되지 뭐가 문제야?
대체 너 무슨 생각을 그렇게 자꾸 해?
열이 생각.
열이 생각 뭐?
열이가 이제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미워하면 어쩌나. 다시 안 본다고 하면 어쩌나 그 생각.
애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싫어 무서워.
진짜 그렇다고 할까봐.
아 그럼 어쩌자고~ 어디까지 걸어~
지구 끝까지 걸어?
머리가 너무 아파.
열이 생각밖에 아무것도 안나.
다른 거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
다른 생각 해.
안 돼~
니가 그 생각만 하니까 그렇잖아.
다시 항소할 생각, 좋은 변호사 살 생각, 열이 델고 살 집 지을 생각.
생각할라치면 생각할 게 좀 많냐?
못하겠어~
나도 그러고 싶은데 잘 안돼.
돼!
안 돼~
나 좀 도와줘.
- 중략 -
걷고 싶어.
오빠 그냥 가.
집에 데려다 줄게. 차로 가.
걷고 싶어.
어지간히 해라-
망가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왜 이래.
차안에서 죽어라 울고 불고 했으면 새꺄 정신 좀 차려야 될 거 아냐. 밥도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애도 있으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해야될 거 아냐~
내 전남편처럼 이야기하지마.
우리 엄마처럼 이야기하지마.
대체 선아야. 너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고.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거냐고 묻지마!
나도 내가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언제까지 슬퍼해야될지 몰라서 이러는 거니까.
이런 내가 보기 싫어? 보기 싫으면 떠나면 돼. 어렸을 때 우리 엄마처럼. 전남편 태훈씨처럼.
안 잡아. 나 좀 냅둬~ 나 그냥 이렇게 살
이렇게 살다 뒤지게?!!
어!!
그래 그래라. 쌍놈의 거.
아 그래 내가 너같아도 살 맛 안나겠다.
어려서 엄마가 저 살자고 딸 버리고 내빼리고
아빠는 사업 망했다고 자살하고 남편한테 애까지 뺐겼는데
니가 무슨 밥맛이 있어 가지고 밥을 먹고. 살 맛이 나서 기분 좋게 행복하게 살겠냐?
그래 마음대로 해.
그래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든 말든, 너 알아서 해.
그러다 보면 결국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니 아들도 커서 너처럼 되겠지. 결국.
맞잖아. 아빠는 엄마 우울증 걸렸다고 버리고 엄마는 이렇게 울다가 결국 단 한 번도 행복해본 적 없다고 죽으면
애가 뭘 보고 배워서 지 인생을 재미나게 신나게 살겠냐!
너 닮아서 평생 망가지고 싶거나, 기회만 되면 죽고 싶거나, 지 팔자 탓을 탓하면서 우울해지겠지.
그게 아니면 나 처럼 막 살던가!!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냐.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고.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썅-
어쩌단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애랑 같이 못 사는 것도 대가리 돌게 승질나 죽겠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엉망진창 망가지면 니 인생이 너무 엿같잖아. 이 새끼야!
- 우리들의 블루스 10화 동석과 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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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드라마의 캐릭터를 빌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가 있다.
이병헌의 말은 노희경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울증은 잘 모르지만 그래서 이병헌의 말이 더 속시원하게 다가왔다.
살아야 행복할 거 아니냐고. 살아야 열이를 데려올 수 있지 않냐고. 정신 차려야 항소할 수 있지 않냐고.
멘탈이 약해지면 이성적인 생각이 어렵다는 건 알지만 말로는 열이를 위한다면서
3자 입장에서 보면 신민아의 태도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더라.
여튼, 이병헌의 사이다 발언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속이 시원하기도 해서 한 번 기록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