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Oct 28. 2016

좋은 걸 좋다고, 잘 하는 걸 잘 한다고.

프로불편러가 판치는 세상

몇일 전에 은행나무 열매 냄새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이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어떤 불편 사항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을 '프로 불편러'라고 한다고. 열매에서 풍기는 악취때문에 가을만 되면 나무를 없애네 마네 하는 기사를 틈틈이 보는데 '프로 불편러'라는 단어를 생각하다보니 어쩌면 민원은 필요한 것이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거의 '프로 불편러'이기 때문에 은행나무를 좋아하는, 그냥 놔뒀으면 하는 사람들의 더 많은 목소리가 묻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어떤 사항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냥 무덤덤한 사람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을 때 이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그 어떤 사항에 대한 시각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어떤 강의를 듣거나, 어떤 맛집을 방문했을 때 지금까지는 좋거나 나쁘거나에 대해서 내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았다. 그냥 성향 자체가 어디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가 그렇게 표현을 한다고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고 있다. 프로 불편러들이 목소리를 크게 낸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걸 좋다고, 잘 하는 걸 잘 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 불편러들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사소한 것 조차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삶에 불편함을 초래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어떤 불편함도 불사하고 자신의 의견을 어필한다.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좋은 점이라 생각하나 나는 그 반대로 생각했을 때 우리 사회의 좋은 점 예를 들어 어떤 공중 화장실을 갔는데 너무 깨끗해서 칭찬하고 싶을 때나, 어떤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당연하지만(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그 행위에 대해서 좋고, 잘 한다는 걸 표현하는 환경이 너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낮은 시민의식은 내가 하는 행동이 부끄럽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기심이 팽배할 때 생긴다고 보는데 어떻게 보면 좋은 행동을 해도 그에 상응하는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상태를 고수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승객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이동시키는 건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청소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우리 집 앞을 청소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그게 직업이더라도) 감사한 일이다. 서비스 업계가 아니더라도 내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직업은 그게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겪을 불편함을 생각한다면(마을버스만 없다 해도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분들이 있는 것(물론 그 중에는 회사에서 '운전 기사 기초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분들도 있지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넘어 나같은 소심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일하는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는 않을까. 예전에 썼던 '버스에도 좋아요 버튼이 생겼으면 좋겠네'같은 글처럼 말이다. 


목소리 센 사람이 이긴다고. 못하는 걸 못한다고. 안 좋은 걸 안 좋다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나 잘 들린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잘 보이면 우리는 그런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믿어버린다. 온라인 상에서의 좋아요가 아닌 실제적으로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현실의 좋아요 버튼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서비스 업계에 일하는 분들이 민원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오늘의 좋아요 횟수는 몇 개인지 긍정적인 부분도 업무에 반영이 되는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1인기업은 매니저없는 방송인과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