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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Nov 01. 2016

오래오래 하는 것, 오래오래 가는 것의 즐거움

브랜드가 된 콘텐츠들의 습격

어떻게 그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한 번 보기 시작한 이후로 오늘 시작하는 15시즌까지 난 늘 그 드라마를 기다렸고, 즐겼으며, 응원했다는 것이다. 그 드라마의 이름은 '막돼먹은 영애씨'이다. 시즌제 드라마의 새 지평(적어도 우리 나라에선)을 열었을 정도로 이렇게 오래 한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건 퀄리티, 캐릭터, 스토리를 막론하고 무려 14시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재미를 줄까 설레게 한다. 결혼은 이런 사람이랑 해야하지 않을까. 문득 떠올려본다. (읭?)


또 즐겨보는 웹툰인 어쿠스틱 라이프 11시즌이 끝났다. 그저 독자 중 한 명이긴 하지만 웹툰을 그리면서 그녀는 결혼을 했고, 애기를 낳았으며 벌써 결혼 9년차가 되었다. 그걸 보면서 나도 그렇게 '9년을 함께 나이들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되니 이건 뭐 웹툰을 넘어 내 인생의 콘텐츠같은 느낌을 주니 어찌 애틋하지 않을까. 글을 쓰고 이것이 어떻게 하면 나의 콘텐츠로 유익하게 알려질까를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기대를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도 생기는 것인만큼 대단한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 북토크 포 브랜드에서 오래가는 브랜드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 보편성과 그러면서 또 생존을 위한 독특성이 공존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영애'와 '어쿠스틱 라이프' 또한 그런 특성을 잘 가진 콘텐츠란 생각을 해본다.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이영애라는 노처녀의 일과 사랑'이 보편성이라면 영애라는 캐릭터가 영애의 가족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의 부딪힘에서 나오는 '막돼먹은' 스토리의 전달이 아마 독특성이라 생각한다. 어쿠스틱 라이프도 마찬가지로 생활 웹툰이라는 보편성에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추가되어 오래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콘테츠를 생산하는 사람의 꾸준함일텐데 그 마저도 나는 보편성과 독특성에 기인하는 것이라 본다. 


기본적으로 단발성 콘텐츠는 화제를 불러일으킬 순 있어도 그게 브랜드가 되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막돼먹은 영애씨'하면 떠오르는 무엇과 '어쿠스틱 라이프'하면 떠오르는 무엇이 그 콘텐츠의 브랜드라면 그런 콘텐츠가 되기 위해선 사람들의 머릿 속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심는 지속성이 필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옷이라는 컨텐츠를 가진 건 보편성에 기인한다면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주 먼 미래에 어떤 옷이 개발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진 사람들이 옷을 입고 다닐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우리의 삶이 좀 더 이로워지고, 지구를 가급적 덜 파괴하는 쪽에서의)를 만들어냄으로써 오래오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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