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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05. 2022

#11 (헐벗은) 헬스장 홍보 포스터란 무엇인가?

가끔 쓸데없는 궁금증이 샘솟는다. 길거리에 붙어 있는 헬스장 홍보 포스터를 보면 거의 헐벗다시피한 남여를   있는데 과연 저게 헬스장 등록의 동기부여로 작용할까란 점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달라서   생각과 같지는 않겠지만 운동을 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보면 어쨌든 '달라지고 싶다'이다. 하지만  달라지고 싶은 지점의 몸이 과연 헬스장 홍보 포스터  몸일까에 물음표가 떠오르고 마는 것이다.  헐벗은 몸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다.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들여서 변화를 이뤄냈을  타인에게 티내고 싶어한다. 자랑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헐벗은 몸을 보여줄  없다.  대퇴근에 근육이 생겼는데 자랑을  수가 없는 것이다. 2인치 줄어든  허리를 과시할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홍보 포스터는 대부분 헐벗은 포스터이거나 비포 & 애프터 사진이 있는 포스터다. 비포 & 애프터 역시 극적인 변화를 위해 탈의한 사진이다. 무엇을 보여주어야 사람들은 헬스장의 문을 두드릴까. 참신한 헬스장 홍보 포스터란 무엇일까. 운동을 하면 옷태가 변한다. 그 이유는 몸에 근육이 붙으면서 살에 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릴 때야 젊음이 곧 탄력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탄력은 노력해야만 유지되는 것으로 변한다. 어깨라인은 어떤가. 모델의 옷 태가 좋은 이유는 늘 긴장을 유지하고 걸어버릇해서이다. 어깨를 펴고 누가 위에서 머리를 당기는 것같은 자세는 꽤 많은 시간을 앉아서 혹은 고정된 자세를 유지해야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게는 헬스를 통해 골격을 원위치로 다시 맞추는 일이다. 자세가 바로잡힐 때 옷태는 살아난다.



같은 체중이라 하더라도 운동을 평소에 해서 허벅지에 근육이 조금이라도 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바지 태는 완전히 다르다. 이유는 청바지를 하나 입는다 하더라도 전자는 살 자체의 탄력으로 라인이 완성되지만 후자는 바지의 소재가 얼마나 쫀쫀(잘 늘어나는 소재일수록 다리의 살을 잡아주지 못한다)하냐에 따라 라인이 달라진다. 스판끼가 많이 들어간 바지는 내 살을 그대로 타인에게 드러낼 것이며 탄력이 없는 청바지일수록 내 살을 잘 붙들어?매 원하는 다리 라인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스판이 많이 들어간 바지는 체형 보완에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체 비만으로 옷태를 걱정하는 분들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급적 보완을 하고 싶다면 이런 원리를 아는 것이 좋다. 탄력이 없는 소재는 살을 잘 잡아주며 잘 늘어나는 소재의 옷은 살을 방임한다.



자 다시 홍보 포스터로 돌아와보자면 그래서 나는 이런 포스터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헬스를 통한 옷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보통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비포 & 애프터로 많이 사용하는 사진이다. 하지만 비포는 후줄근하게 찍고 애프터는 드레시한 옷으로 찍는 것은 비추다. 옷 자체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드레시한 옷이 훨씬 더 근사해보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레시한 옷으로 애프터 사진을 찍기 보다는 같은 옷으로 비포 & 애프터 사진을 찍었을 때의 효과를 보여준다면? 그렇다면 같이 목욕탕(요즘은 많이 없어져서 이마저도 어렵다)을 가거나 수영장을 가지 않아도 일상룩으로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어? 어깨가 좀 더 넓어진 것 같은데?' '요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등으로 말이다.



우리는 살이 쪘을 때의 후덕함을 두려워한다. 이유는 나이 들어보임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덕은 두텁고 크다라는 한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적인 개념보다는 정적인 개념에 가깝다. 동적인 느낌은 젊음을, 정적인 느낌은 나이듦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생기와 활력의 동적인 느낌은 단지 나이나 체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체형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요인 중의 하나로 그 사람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살로 인해 후덕함에 가까워졌다고 나이들어 보이는 것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생기와 활력은 개인의 기운과 에너지에 따라 결정된다. 멋진 몸매를 가졌어도 부정적인 기운을 풍기는 사람이 있으며 예쁘고 잘 생겼어도 그 비주얼의 지속성이 짧은 사람이 있다.



사람의 기운 자체를 사진에 다 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운동으로 인한 근육과 골격 그리고 피와 살에 도는 생기로움(이것은 살이 빠짐과는 다른 차원이다)은 운동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리고 그것은 헐벗을 때가 아닌 옷을 입었을 때도 드러나며 그러한 부분을 잘 살릴 수 있을 때 나도 저런 기운을 한 번 가져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때 그 사람의 기운과 분위기에 매료된다. 나를 긍정해서 내 자세가 올곧아지는 것도 있겠지만 내 자세가 올곧아져서 그게 심리적으로 좋은 기운이 되기도 한다. 근육질과 글래머한 몸매가 주는 비주얼의 감동은 길지 않다.(나만 그래?) 하지만 근육에 새겨진 좋은 기운은 매력으로 치환되며 운동의 본질은 어쩌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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