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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17. 2022

#16 (디자인에서) 레터링이란 무엇인가?

레터링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레터링: 광고 따위에서, 시각적 효과를 고려하여 문자를 도안하는 일. 또는 그 문자. - 네이버 국어사전] 옷에 적힌 문자들도 다 레터링이라고 표현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디자이너의 감각을 폄하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다양성을 포용하지 않고 개인적 취향에 의거해 레터링을 판단하는 글임을 미리 알리는 바이다. 고로 제목도 <디자이너에게> 레터링이란 무엇인가?에서 <디자인에서> 레터링이란 무엇인가?로 바꾸었다. 전자가 좀 더 직접적이고 저격의 느낌이 강하나 난 저격수라고 하기에는 디자인의 ㄷ도 모르는 인물이므로 일반 소비자보다 좀 더 옷을 많이 보고, 골라주는 일도 하는 쇼핑 큐레이터로서 한 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레터링은 쉽게 추천할 만한 디자인이다. 그림보다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은 자칫 촌스럽거나 유치해보일 수 있으므로 상의 앞면에 그려진 그림을 고를 때는 그 그림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심층적으로, 다각적으로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레터링을 무조건 추천하느냐 하면 그런 건 또 아니다. 이유는 레터링을 표현하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단순한 물감 프린팅일 수도 있고, 다른 소재를 입혀 양각으로 튀어나오기도 하며, 자수로 박기도 한다. 디자이너가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를 좋은 소재와 들어가는 노동력으로 치환한다면 대부분 비싼 옷과 비싸 보이는 옷은 디자이너의 공에 비례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색다른 소재로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해내고, 자수로 박은 아이템들은 찍어내는 프린팅보다 비싸거나, 비싸 보인다.



그렇다고 프린팅 레터링이 모두 저렴해 보이는 건 아니니 안심하자. 프린팅 레터링이라 하더라도 색의 조합에 따라, 폰트에 따라, 크기에 따라, 위치에 따라 느낌이 완전 달라진다. 그러니 레터링의 마법은 단순히 프린팅을 했느냐, 다른 소재를 썼느냐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적용될 수 있는 모든 디자인적 요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우리는 레터링이 적힌 티셔츠 하나를 사더라도 마음에 드네, 안 드네로 단순화시켜 구매하지만 우리의 의식을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가면 레터링에 담긴 여러가지 요소를 조목조목 파악하지만(하나씩 분석하지 않아도 한 큐에 느껴지는, 그래서 보통 이런 걸 안목 혹은 감각이라고 한다) 전두엽에는 단순화시켜 전달하므로 '예쁘다- 별로네-'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선택하기를 입기를 주저하는 아이템은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그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난 레터링을 좋아한다. 그림은 레터링보다 더 정교해야 세련될 수 있지만(그리고 그림은 뭐가 많을 수록 더 별로일 확률이 높다) 레터링은 MOON 하나만 적어놔도 세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팍에 아무것도 없는 옷이 가장 심플하긴 하지만 뭔가 밋밋하고 재미 없다. 레터링이 가장 예쁜 위치는 쇄골과 명치의 중간이다. 쇄골에 너무 가까워도 안 예쁘고 유두를 가로지르면 너무 아래쪽에 온다. 그래서 글자 크기가 작든 크든 가장 알맞은 위치는 존재하며 그런 걸 상관한다면 내가 입었을 때 레터링의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쇄골에 가까운 레터링은 있어도 유두에 가까운 레터링은 본 적이 없다. 아마 그런 레터링이라면 한 줄이 아닌 배꼽 까지 이어지는 그런 확장성 레터링일 것이다. 아니면 한자로 왕 크게 적혀져 있는 레터링이라던가.



감각이 없는 사람이 가장 피해야 할 레터링은 엄한 곳에 있는 레터링이다. 하지만 이 '엄한 곳'도 내가 정한 것이니 남과 다른 개성을 펼치고 싶다면 '엄한 곳'의 레터링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일단 소매단의 레터링, 등판의 레터링, 모자 끝단의 레터링, 바지단의 레터링(그러고보니 나는 가슴 부분의 정면 레터링 외에는 다 싫어하네;;)이 입었을 때 다른 아이템과의 조화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한다. 레터링이 너무 튀다보니 전체 아웃핏(옷차림)에서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런 '엄한 곳'의 레터링이 디자인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볼 때마다 '윽, 너무 별로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셔츠나 재킷의 가슴 주머니(보통 왼쪽에 하나 있다)에 자수로 레터링을 박은 디자인을 볼 때마다 디자이너에게 묻고 싶다. '왜죠? why? 와이?' 정녕 예쁘다고 생각해서 박은 건지 묻고 싶다.



그래서 레터링을 좋아하면서도 레터링 옷이 많지는 않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 더 강하므로 하나의 아이템으로 튀는 것보다는 전체 아웃핏의 조화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옷을 잘 입고 싶다면 한 가지 아이템으로 튈 생각보다는 여러 아이템을 모아서 전달하는 아웃핏의 느낌을 볼 줄 알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을 쓰다보니 디자인의 ㄷ도 모른다는 말은 기만인 것 같다. 디자이너만큼 옷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알지는 못해도 어떤 아이템이 코디에 적합한지 혼자만 튀려고 하는지 정도는 안다. 그래서 아이템 하나의 디자인보다는 다른 아이템과의 조화를 생각하다 보니 엄한 곳의 레터링이 꼭 혼자만 튀려고 하는 개성강한 학생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생각해보면 패션계란 남들과 다르거나 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곳이므로 아이템 하나에 힘을 주는 디자인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20 때는 무조건 튀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 사람은 개성이 강하네.' '존재감이 강하니 어딜가나 주목을 받네.' 40대가  지금은 튀는 것보다 조화로운  좋다. 튀지 않아도 남들을 조용히 살피고 나다운 텐션과 제스처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멋진 개성은 조화롭기도 하다는 것을. 하나의 아이템으로도 빛나고 다른 아이템과도  어울리는 아이템은 오래 입는다. 개성과 어울림, 2가지 멋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디자이너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민을 하지만 상황적으로나 실리적으로나 가능한 선택을 하다보니 원하는 결과물과는 다른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일 . 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레터링이 줄어들  같지도 않고 그런 상황을 딱히 원하는 것도 아니지만 궁금하긴 하다. 매년 나오는 엄한 레터링의 굴레  이면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지, 그러면 엄한 레터링을 봐도   놀랠  같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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