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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26. 2022

#19 (보통 사람에게) 에코 패션이란 무엇인가?

환경이란, 보호해야 하는 건 줄 알면서도 이기심을 앞세우다보면 무시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동물 복지도 그렇다. 혼자 살 때 동물복지계란을 먹어볼까 했지만 2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한 번은 일반 계란을 한 번은 동물복지계란을 사먹었다. 또 책 <인간의 조건>을 읽고 2년여간 1주일1고기를 실천하기도 했는데 1주일1고기는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 없는 나라는 인간이 선택한 소극적 실천이었다. 혼자 살아서 먹는 게 부실했어서일까, 아니면 고기 외의 단백질 섭취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였을까. 면역력 저하 증상은 때때로 나타났다. 본가로 컴백해 1주일1고기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2년여간의 프로젝트로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사람들은 뭘 하려면 끝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할거면 하고 말거면 말라는 인식이 강하다. 뭔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시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하는 것과 마는 것 그 중간 지대를 가로지르기도 한다. 나처럼 애매한 마인드가 그렇다. 신경 안쓰고 살 거나 아니면 철저히 지키거나가 아닌, 그 사이에서 신경은 쓰이지만 그렇다고 내 모든 것을 걸고 할 수는 없는 보통 사람. 그래서 동물의 털과 가죽으로 만들어진 옷과 신발, 가방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그렇다고 신경 안쓰고 추천하기도 그렇다. 분명히 신경이 쓰이고 가급적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지금의 상황이 '전혀' 쓰지 않는 쪽으로 가려면 생활의 꽤 많은 부분을 바꾸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를 인정하고 그렇다면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쪽으로 생활을 바꾼다면 바꿔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알맹상점처럼 포장지나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내용물만 리필하는 움직임도 있고, 배달 음식도 일부 지역이지만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 낙지집에서 포장해올 때 집에 있는 락앤락 통을 챙겨간다. 빨대가 꽂혀있는 텀블러를 사용한지 4년째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줄어든 플라스틱 빨대나 플라스틱 테이크아웃컵의 개수는 미미하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환경보호관심자와 환경보호무관심자 사이에서 내가 가장 편한 곳을 찾아가는 실천이다. 한 번에 불편함을 감수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아 야금야금 불편함의 반경을 넓혀간다.


이제 옷을 보자. 옷도 동물보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전보다는 에코(페이크/가짜) 퍼와 에코 레더가 많이 나와 퍼와 레더를 입고 싶은 욕망을 착하게? 실현시켜주는 환경이 되었지만 여전히 에코로 바꿀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여전히 동물들의 털은 옷의 디자인에 사용되고 있고 소재를 찾아보거나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지 않는 한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중에 나와 있는 패딩의 99.9%가 덕다운(오리털)이거나 구스다운(거위털)인 이유는 솜보다 동물의 털이 훨씬 따뜻하며 그렇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나 역시 추운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작년에 구매한 패딩이 하나 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추운 것을 너무 못 견뎌 하는 저자가 동물복지와 덜 추운 겨울나기와의 줄다리기에서 '덜 추운 겨울나기'를 선택해 패딩을 하나 구입했다는 글을 읽었다. 대신 패딩 하나로 겨울을 나겠노라고. 난 그 말에 공감했다.


패딩을 사면서 나 또한 다짐했다. 패딩은 이거 하나로 끝이라고. 솔직히 4계절 옷장 기본템 리스트를 작성할 때도 패딩은 하나 뿐이다. 한파를 위한 아우터. 1겨울1패딩을 지향하는 이유는 오리와 거위에서 털을 뽑는 방식이 기계처럼 계란을 낳는 닭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리는 죽여서 털을 뽑는다. 거위는 죽이지 않고도 가슴털을 뽑을 수 있는데 12주-14주마다 한 번씩 뽑을 수 있단다. 그러니 털이 나는 족족 뽑아서 하나의 패딩을 만드는 것이다. 패딩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그람수와 마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거위털'로 검색해보면 가슴부터 배까지 털이 숭숭 뽑힌 거위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만 보면 내 패딩이 그렇게 만들어졌음에 많은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그 죄책감은 따뜻함과 맞바꾼 인간의 이기심이다.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죄책감없이 패딩을 입을  있을까? 고통없이 잔인함없이 채취할  있다면, 거위가 털을 뽑힘으로써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을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복지는 고통과 잔인함,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다. 에코 패션이라는 바운더리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는 나만 정하면 된다. 하지만 옷을 추천하는 입장까지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아직 거기까지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의뢰인이 1순위이므로 다른 가치는 배제하는 선택을 해왔다. 이중적인 구석이 어쩔  없이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욕망과 가치의 잣대에서 저울질을  수밖에 없는 나는 보통 사람이다. 그래서  절충안을 찾고 대단해 보이지 않는 작은 실천을 한다. 하찮다고, 우습다고, 기만이라고 해도 어쩔  없다. 1겨울1패딩, 일단 여기부터 시작이다.


*  글을 쓰고 3 후에 노스페이스에서 에코털을 이용한 ‘에코 히트 다운 출시되었다. 앞으로는 이런 기업이 많아질 것이며 고민할 필요없이 에코 히트 다운을 선택을  것이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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