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3 사무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사무실 책상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 차나. 코백이는 옆에서 자고 있다.)
서원: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더니, 요란하게 울리는 문 종소리) 띠링~!!! (서원이 소리를 빽 지른다)탐정님!!!!!
차나: (차를 마시다 갑자기 놀라 혀를 대어 버렸다) 앗 뜨뜨~ (책상 위 찻잔 위에 컵을 올려두며) 아 왔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화가 났어요?
서원: 저 또 떨어졌어요. 이번엔 정말 붙을 줄 알았단 말이에요~!!
차나: 흠…… 왜 그렇게 생각했죠?
서원: 그야, 외적인 부분이 바뀌었잖아요. 저는 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꼈고 그게 성과로 나타날 줄 알았는데요?
차나: 자 그럼 면접의 날을 복귀해봅시다. 외적인 부분 말고 그 전과 특별히 다른 부분이 있었나요?
서원: (면접날을 떠올려 본다. 자신감이 좀 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전의 면접과 크게 다른 점이 떠오르는 게 없다)
차나: 우리가 머리 모양을 바꾸고 화장을 하고 옷을 바꿨을 때 느끼는 자아상은 분명히 자의식에 도움이 됩니다. ‘내가 이런 모습도 있었네?’ ‘이렇게 하니 더 마음에 드는 걸?’ ‘내가 썩 괜찮아 보여.’하는 마음을 통해 자아상 즉,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의 긍정적 확장을 돕거든요. 하지만 그래서요? 내 자의식이 긍정적으로 확장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서원: 기분이 좋아지면 바뀐 게 아닌가요?
차나: (서원의 눈 앞에 검지를 양쪽으로 움직이며) 노노노. 기분이 좋아진 건 일시적인 현상이지 그걸 꾸준히 관리해야만 자의식에 뿌리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서원님은 외적인 부분이 분명히 바뀌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느꼈지만 그걸 태도화 발현화하지는 못했어요. 서원님이 면접 날의 이야기를 할 때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의 의기소침한 기운으로 돌아간 것 느꼈나요? 서원님은 외모만 바뀐 채 알맹이는 그 전의 태도와 자세로 면접을 본 것은 아닐까요? 자 거울을 한 번 보세요.
(서원과 차나가 거울 앞에 같이 서 있다. 메이크오버를 진행한 날의 서원과 오늘의 서원이 오버랩되지만 그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오늘의 서원)
차나: 외면과 내면의 동기화. 어떤 사람은 그게 쉽게 되기도 합니다. 특별히 오랜 시간 거치지 않아도 그 기분과 자세를 유지하고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해도 회복력을 갖고 있죠. 하지만 오랜 시간 나의 자아상을 어떤 틀에 가두게 되면 그 틀을 벗어나더라도 자꾸 그 틀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갖게 돼요. 서원님이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원: (서원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떨군다) 흑흐흑 그건 너무 어렵잖아요. 저도 노력한 거라구요. 그 틀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는데 안되는 걸 어떻게 해요. 흐흑
차나: (쭈그리고 앉아 크리넥스 휴지를 한 장 건네주며, 언제 왔는지 코백이가 그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 뚝! 서원님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관성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말하는 거라구요. 외면과 내면의 동기화. 더 강한 쪽이 이기게 되어 있어요. 내면이 강하면 외면으로 뿜어져 나오고 외면이 강하면 그 기운이 내면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건 뭐라구요?
서원: 강한 내면.
차나: 네, 강한 내면. 한 글자 더 빠졌네요. ‘건강한 내면’! 외모를 아무리 바꾸면 뭐하나요. 내면이 제자리라면 사람들은 빛나는 외면이 껍데기 뿐이라는 걸 곧 알아채게 돼요. 아까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소리쳤을 때의 목소리 기억 나나요?
서원: 네
차나: 서원님 안에도 그런 기운이 있어요. 당찬 기운. 내가 원하는 걸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존감! 아까의 그 모습을 기준으로 발성과 자세를 다시 정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서원: 발성과 자세요?
차나: 서원님의 목소리는 지금 너무 공기반 소리반이 섞여 있어요. 발음이 정확해야 사람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줍니다. 오늘부터 걸어다닐 때 길 거리의 모든 간판을 읽으면서 다니세요. 그리고 서원님이 어깨가 약간 굽었는데 오늘부터 걸어다닐 때 열중쉬엇을 하고 걸어다니기 바랍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발성과 자세를 고쳐 나갈 거예요.
서원: 그렇게 한다고 고쳐 질까요?
차나: (옆에 있는 코백이를 서원의 얼굴에 갖다대며) 그렇게 해서도 안 고쳐지면 제가 코백이가 될게요.
서원: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풋
차나: 아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더! 웃는 연습을 많이 하세요. 얼굴 근육을 자주 쓰지 않으면 말할 때 얼굴이 경직될 수 있어요. 그러니 많이 웃어서 얼굴 근육이 열일하게 만듭시다.
서원: 네 그럴게요.
차나: 조급해하는 마음 이해해요. 저도 취업 준비생 때만 생각하면 (서원의 어깨에 기대 우는 시늉을 하며) 흑흑흑 (눈물 닦는 시늉을 하면서) 그래도 취업에 성공하면 그 힘들었던 시절이 또 언제그랬냐는 듯 다 잊혀지더라구요. (작은 목소리로) 뭐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되지만.
서원: 네?
차나: 아니에요. ㅎㅎㅎ 옛날 놀이 중에 땅따먹기 아시죠?
서원: 네 엄마한테 들어는 봤어요.
차나: (엄마라는 소리에 갑자기 큰 벽이) 윽;; 네. 자아상의 땅따먹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아직 내 땅이 얼마되지 않았지만 계발될 땅이 무궁무진하다는 걸요. 지금 서원님은 새로운 땅을 개척 중인 거에요.
서원: 멋진 말이네요. 새로운 자아를 개척한다.
차나: 다음 면접이 또 있나요?
서원: 아뇨, 서류발표날 곳이 있긴 한데 아직 발표는 안 났어요.
차나: 네 그럼 일단은 미션에 집중하고 면접 날 잡히면 알려주세요. 코백이의 기운을 불어넣어 드릴게요.
서원: 네 알겠습니다.
차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부터 시작이니까 열중쉬엇 자세하고 간판 읽으면서 가세요!
서원: 네~ (웃으며 돌아서는 서원의 어깨가 쫙 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