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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an 12. 2017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는 법 - 계획적 긍정감

나는 나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는가

'언니는 할머니가 됐을 때가 두렵지 않아?'

월세 가계약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동생이 물었다. 


'할머니가 됐을 때...난 내 미래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 

그리고 난 그런 식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아니야.'


올 해 계획 중 하나인 독립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 같다. 동생이 외국에 나가기 전에 같이 살 원룸을 알아봤는데 동생의 계획이 변해서 가격대비 괜찮은 원룸(올 해 더 봐도 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았기에)을 덜컥 가계약한 것이다. 내 생애 첫 독립(전에 몇 번 고시원에서 산 적은 있었지만, 보증금에 월세를 내는 진짜 집은 처음)이다. 형편에 맞게 저렴한 곳을 찾았지만 월세라는 고정 비용은 나에게 큰 부담이고 그걸 2년 동안 꾸준히 내야 된다니 걱정하는 마음에 동생은 물어봤을 거다. 미래가 두렵지 않냐고. 


솔직히 말하면 미래가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가급적 미래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마냥 낙천적으로 '잘 될거야' 이런 게 아닌, 현재 뭔가를 하고 있는 것에서 오는 계획적 긍정감이라고나 할까) 바꿀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느니 미래를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 현재 내가 어떤 부분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선 계획을 실천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계획적 긍정감을 갖기 위해선 당장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다. 아마 내 동생과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생활비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생활비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또한 다를 것이다. 핸드폰 무제한 요금을 쓰는 나와 나보다 훨씬 여유있지만(이것 역시 상대적 기준으로 동생이 보유한 자산은 외국 취업에 올인할 돈이기에) 많이 써봤자 4만원의 요금을 내는 동생과는 현실의 자산을 미래의 이미지로 치환하는 셈법도 다르다. 현실을 '이상'적으로 보는 나는 계획적 긍정감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을 '이성'적으로 보는 동생은 지금 당장 밥벌이가 안 된다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다.


동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태도와 그 태도로 인해 무엇을 선택할지가 다를 뿐이다. 내가 그리는 그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걸 밀어붙여서 심리적, 환경적, 금전적 독립을 이루어야지 내가 그리는 그림이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기에 저축과 저축과 저축을 통해서 미래를 위한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텅 빈 삶을 살라는 강요와도 같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동생을 통해서(경제 개념이 부족한 언니를 위해 자신의 통장에 임시 보관해줌) 수입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는 것에서 오는 '돈 모으는 재미'(물론 보증금으로 다 빠지겠지만)도 느꼈고. 덕분에 독립할 수 있었던 거라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미래가 두렵지만 그래도 두려움보다는 내 미래를 내가 그려나갈 수 있다는 주체성에서 오는 기대감이 조금 더 많다. 물론 기대감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미래를 *맥도날드 할머니로 그리지는 않는다. 나는 어두운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밝은 미래를 그리는 것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게 체질적으로 더 맞다. 나의 생체 리듬은 밝은 미래를 상상할 때 반응한다.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그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수입이 생기는 그런 미래.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주변 가족/친구/지인들의 삶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미래를 상상한다. 그러면 에너지가 생긴다. 힘이 솟고 얼른 그런 미래를 앞당기고 싶기에 고민하고 행동한다. 


통장에 돈이 많으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까? 내가 얼마를 벌어야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나의 미래를 어둡게 상상하지 않을까. 한 때 너무 이상적인 생각만으로 붕 떴을 때가 있다. 현실 감각이 필요했고 지금은 그 때보다는 많이 중립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이 나를 보느냐에 따라 이상과 현실 사이의 내 위치는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건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간다는 것이고 내가 하는 일들이 내가 원하는 나로써 내가 원하는 삶을 가져다 줄거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난 그저 내가 원하는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오늘을 잘 채워갈 뿐이다. 그러면 미래에 대하 두려움은 조금 사그라든다.


* 몇 년 전 궁금한 이야기Y에 나왔던 할머니. 한 때 잘나가던 외무부 직원이었지만 어찌어찌 하여 매일 맥도날드로 출근했던 분. 지금은 돌아가심. 맥도날드 할머니를 예로 든 건 나랑 가까운 사람이 내 미래를 '맥도날드 할머니'로 점쳤기 때문이다. 그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지만 지금은 뭐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한다. (일단 난 내 생애 잘 나갔던 적이 없음.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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