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스타일입니다.
@Unsplash의Melina Bronca
말그릇이라는 책을 보고 떠올랐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담는 그릇과 연관이 있구나. 다이어트는 밥그릇에 의해, 스타일은 옷그릇에 의해. 헬스장에 사람이 많아졌다 생각했는데 역시 새해의 힘은 컸다. 다이어트와 스타일 모두 사회적 관점에서 비주얼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욕망과 연관이 있는데 변화를 위한 노력은 타인의 인정(을 통한 자기 긍정)과 성취감을 부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다이어트와 스타일을 그릇의 관점에서 톺아보자.
1) 먹고 싶다 / 사고 싶다의 심리를 조절할 수 있다면
옷장이 미어 터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고 싶다’는 심리를 조절하기 어렵거나 필요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는 합리화’에 의거한 결과이다. 대체로 ‘사고 싶다’가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은 패션 세포가 발달한 사람들로 이 옷을, 이 신발을, 이 가방을 구매했을 때의 달라질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 어떤 아이템을 구매하기 전 착용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 실제 구매하고 나서의 자신의 모습과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쇼핑의 성공률은 높아지는데 이런 사람들은 이 싱크로 인해 부정적인 경험이 크지 않으며 꽤 괜찮은, 색다른, 예쁜 아이템을 만났을 때 포기가 어렵게 된다. 그럼에도 옷그릇(옷장)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고 싶다는 심리를 조절해야 한다. 비슷한 아이템이 있거나, 이 구매가 현재 반짝할 만족감인지 오래 지속될 만족감인지 따져보고, 꼭 필요한 아이템인지도 따져보자. 그러면 이 아이템을 사야 할 100가지 이유를 읊조렸던 패션 세포는 심드렁해져 돌아갈 것이다.
2) 그릇의 크기 / 옷장의 크기를 관리할 수 있다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밥그릇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밥공기는 아랫부분의 면적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양이 묘하게 달라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입구가 비슷해 보이는 밥그릇도 담을 수 있는 면적에 따라 밥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옷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옷장의 크기라 하더라도 옷장의 구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옷의 양이 달라진다. 구역을 잘 나누면 효용 가치가 커지고 구역을 나누지 못하면 창고처럼 사용하게 된다. 내가 선호하는 옷장은 옷걸이 구역, 서랍(밀폐) 구역, 선반(오픈) 구역, 문고리 행거(도어 후크) 구역이 잘 나눠져 있는 옷장이다. 옷걸이에는 구김이 가는 옷이나 형태가 잡혀 있는 옷, 겉옷 등을 건다. 서랍 구역에는 구김이 가지 않아 접을 수 있는 상/하의나 속옷, 양말, 스카프 등을 넣는다. 선반 구역에는 걸어 놓기 무거운 가방 등을 놓고 문고리 행거처럼 여분의 걸이에는 자주 쓰는 모자나 가방을 걸어 둔다. 이렇게 공간을 잘 나눠서 관리한다면 같은 옷장이라 하더라도 정리수납의 효율은 높아진다.
3) 패스트 푸드 / 패스트 패션을 멀리할 수 있다면
가끔 과식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먹을 게 없던 시절의 호모 사피엔스를 조상으로 두고 있는 이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패스트 푸드를 너무 자주, 많이 먹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 마찬가지로 좋은 스타일이란, 패스트 패션을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패스트 패션이란 SPA브랜드의 아이템이 아니다. 옷 걱정을 해방시키는 충분감, 나를 부정하지 않는 자존감, 오래 멋스럽게 입는 지속성 이 세 가지 요소가 건강한 패션을 완성시킨다면 반대적인 요소를 갖춘 아이템이 바로 패스트 패션이다. 비싸게 주고 산 브랜드 옷이라 하더라도 한 철만 입고 못 입게 되었다면 패스트 패션이며 날씬했던 나를 기억하게 하는 추억템이더라도 지금의 나를 부정하게 한다면 비워야 한다. 너무 마음에 들지만 다른 아이템과의 조화가 어려워 코디해서 입을 일이 없는 쳐박템도 패스트 패션이다. 충분감, 자존감, 지속성. 당신의 옷그릇은 무엇을 얼마나 담고 있는가?
글쓴이 이문연
옷생활 경영 코치이자 작가
* 4계절 옷경영 연구소에서 <나답게 잘입기 기초 수업> 2월 수강생을 모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