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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06. 2024

또 꿈 이야기 feat. 어우 속시원해

자꾸 꿈 이야기해서 쏘리. 그래도 글감이 없이 지나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일상의 무엇이라도 포착해서 글로 쓰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자기검열을 좀 낮출 필요가 있다. 꿈에서 런던에서 거주 중인 여동생이 집에 왔다. 친구들과 놀다가 어찌된 일인지 사자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아마도 당일 본 ‘불도저에 탄 소녀’에 영향을 받은 듯. 그 영화를 리뷰한 유튜버가 주인공을 ‘새끼 사자’라고 지칭해서… 시냅스의 원리는 참으로 신기하구나) 방문을 열자마자 튀어나온 새끼 사자 한 마리가 코천이의 오른쪽 얼굴을 물어서 코천이가 눈을 다쳤다. 새끼 사자랑 코천이를 떼어놓고는 여동생한테 가서 물었다. ‘이 사자들 대체 뭐냐고’ 그랬더니 놀러간 곳에 새끼 사자 3마리가 있었는데 분양 중이래서 자기가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다나 뭐라나. 그래서 폭발! 꿈에서는 아무리 소리를 쳐도 데시벨이 올라가지 않는데 어제 꿈은 달랐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심정을 가능한 최고 데시벨로, 정확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에서야 그러려니 하지만 사실 코천이도 엄마를 위해 여동생이 데리고 온 것이라 -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빠듯한 ISTP 인생에 한 생명을 케어하는 일이 타의로 일어난 것) 런던에 데리고 갈 것도 아니면서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그렇게 한 바탕 샤우팅을 끝내고 꿈에서 코천이랑 병원에 갈 채비를 마쳤다. 그러고 꿈에서 깼다. 코천이랑 싸우지만 않았다면 새끼 사자들도 엄청 귀여웠을텐데 순간 분노해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런데 꿈에서 엄청 샤우팅하고나니 웬 걸- 왜케 속시원함? 지금은 코천이랑 햄볶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물론 지금도 무기력에 빠질 때면 코천이고 뭐고 다 잊고 싶지만) 잘 다독였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 속에 감정이 남았었나보다. 인간의 심리는 오묘한 것이라 꿈에서 한 행동이지만 속시원함의 효능감이 있더라. 그래서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샤우팅하고 싶을 때 그 사람을 꿈으로 소환시킬 것.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래방에 가지 않아서 응어리가 남은 것 같기도…! 오늘의 결론: 삶에는 샤우팅(포효로 대체 가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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