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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08. 2024

정서적 재산과 휴머니티

어린 시절 카프카의 변신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가족이 벌레로 변했다고 그렇게 방치하고 죽게 만들다니. 그리고 그레고리가 죽고나서 가족들이 소풍을 가는 장면은 '가족이 어떻게!'를 생각하게 했다. 돈을 벌면서 다시 생각하니 자본주의 사회 속 가족은 그럴 수 있다고 느꼈다. 사회의 일원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벌레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이건 인간을 하나의 쓸모 있는 존재로 여기는 기준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를 우선시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여겨졌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비정상인' 취급하며 돈을 벌지 못할 때 역시 '비정상인'으로 취급하게 된다. 사람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경제적 가치는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말하며 정서적 가치는 그 사람의 정서적 능력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하며 정서적 능력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대개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좋아하는 사람은 정서적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다. 아닌가? 개인에 따라 다르겠다 경제적 가치를 높게 사는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을 쫓을 것이고, 정서적 가치를 높게 사는 사람은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즐거운 사람을 쫓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정서는 무 자르듯 반으로 깔끔하게 자를 수 없는 일이고 돈이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듯이 정서적 능력이 그 여유에 기반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부자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로 인해 팍팍하고 괴로울 상황이 덜 만들어지니까. 고로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개인의 쓸모를 제로화시키는 건 정서적 재산을 무시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개인마다 갖고 있는 정서적 가치란 때로는 파급력이 엄청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정서적 가치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서적 재산이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정서적 재산이 풍부한 사람에게 끌린다. 그레고리네 가족이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1) 그레고리는 일만 해서 가족들과 정서적 유대감이 적었을 것이다. 2) 가족들은 그레고리의 꽤 오랜 병수발에 지쳐갔을 것이다. 3) 그레고리의 죽음으로 가족들은 엄청난 사망보험금을 받게 되었다. 1번도 그렇고, 2번도 그렇고 3번도 그렇고 그레고리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이 행복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하다는 건 유치원생도 아는 일이지만 그럴수록 정서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돈이 많으니까, 능력이 출중하니까 까탈스럽고 성격이 괴팍해도 이해해'(그거랑 그거랑 뭔 상관?)가 아닌, 정서적 재산에 기반해 경제적 여유도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처음 글이 정리가 안돼 아예 싹 다시 작성했습니다.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께 감사하며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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