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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흑임자롤은 건강한 맛

by 이문연

선물받은 쿠폰을 쓴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일단 공짜다. 세상에서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스타벅스 쿠폰은 선물받은 메뉴가 아니어도 된다. 아주 오래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세계적인 브랜드는 어떻게 되는가 다시금 느꼈다. 이렇게 소비자친화적인 쿠폰이라니!! 선물받은 메뉴가 선물받은 사람의 취향일 확률 maybe 50%가 안 된다고 확신한다. 선물하는 사람에겐 선물받는 사람이 잘 먹어줄, 입맛에 잘 맞는 취향의 메뉴인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었을 뿐 아니라 선물받는 사람 또한 선물받은 메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메뉴로 바꿔 주문할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쿠폰보다 스타벅스 쿠폰을 선호하게 되는 충분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선물할 때는 다른 브랜드보다 스타벅스 쿠폰을 선호한다. 그리고 정말 근거리에 있다. 지하철역 근처에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지점이 반드시 있고 유동인구가 좀 많다 싶으면 2군데 이상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글도 공짜 쿠폰 쓰려고 스타벅스에 들어와서 디카페인 아이스 라떼와 흑임자롤을 시켜놓고 쓰는 중이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면서 책 읽으려고 책도 가져왔는데 흑임자롤 먹으면서 라떼를 다 마셔 버렸네. 이럴거면 디카페인으로 왜 주문한거지. (3시 넘어 커피를 마시면 제 시간에 자기 어려우므로 2시 53분에 주문했는데 15분만에 롤과 라떼를 클리어했다) 300원 아낄 수 있는건데 아까비. 하지만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가 예측하기는 어려우므로 그냥 목이 말랐던 거라고 다독여본다. 그나저나 흑임자롤 뭔가 생김새가 얼그레이 케이크랑 비슷해서 맛있을 줄 알았는데 굉장히 건강한 맛이네. 검은깨 케이크라고 했다면 안 시켜먹었을 수도 있는데 ‘흑임자’라는 네이밍은 뭔지 모르게 ‘검은깨’를 한층 더 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고급스러운 어휘의 적절한 사용은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걸까. 한방에서 사용되는 어휘를 일상에서 사용함으로써 ‘당신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걸 먹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 뭐야! 결국 나도 낚인 거였군. [흑임자: 검을 흑, 들깨 임, 아들 자]인데 아들 자는 왜 들어가는지 심히 궁금하다. 건강한 맛의 흑임자롤을 먹어서일까 호기심이 +1 증가했다.


* 아들 자 子 9번째 뜻에 ‘열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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