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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계획의 실종

by 이문연

분기별 계획을 늘 세우고 분기가 끝나면 그 계획을 검토했다. 달성한 계획과 그렇지 않은 계획. 작년부터 분기별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세우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생 전체가 흔들리기 일보 직전이라 계획이고 뭐고 일단 살고 봐야 한다. 계획을 세우면 결과로 이어지긴 하나, 미시적으로(거시적으로도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앞날은 모르는 것이니 - 노래 '나는 반딧불'의 황가람을 보라!) 인생에의 영향이 크지 않다. 그리고 계획을 세워도 달라지지 않는 인생에 지쳤다. 그래서 되는대로 사는 중이다. 그냥 코 앞만 보고 살고자 한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유명한 삶의 모토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이다. 인생 전체를 되는대로 살려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분기별 계획은 암시롱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데 성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하루를 채우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나는 내 하루를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가. 이게 분명한 이들은 인생 전체를 되는대로 살아도 후회가 없다. 꽉 찬 하루가 충만한 인생으로 데려다 주니까. 오늘은 추천사를 부탁한 세 분 중 마지막 분이 추천사를 보내준 날이다. 너무 감사하다. 계획은 실종되었지만,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자. 나의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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