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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39. 별 거 아니지만, 별 거다

feat. 펫/강아지 택시의 무용함

by 이문연

코천(반려견)이가 어제부터 상태가 좀 이상했다. 그저께는 건강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심하게 헥헥거리고 몸을 떨었다. 동네 병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라서 좀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밥을 안 먹었다고 했는데 저녁에 밥을 좀 먹었다. 그러고 오늘 새벽 6시 10분에 일어나서 코천이 상태를 확인하고(호전되지는 않아서) 좋아하는 고구마를 좀 줘볼까 해서 같이 마루로 나오는데 코천이가 갑자기 쓰러졌다. 온 몸이 굳더니 옆으로 쓰러진 것이다. 놀라서 숨 쉬라고 몸을 쓰다듬으니까 바로 일어났다. 너무 놀라서 헥헥거리며 떨고 있는 코천이 옆에 딱 붙어서 택시를 검색했다. 펫 택시를 호출했지만 폭우가 내리는 새벽에 펫 택시가 잡힐 리가 없다.(10분 있다가 취소되었다) 상태를 지켜봤는데 병원(집 근처 병원은 10시 오픈이라 1.5km 떨어진 24시 동물병원에 갔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날 뚜벅이에겐 꽤 먼 거리다.)을 가야할 것 같아서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고 기사님께 따로 전화해 자초지종과 함께 추가 금액(일반 택시는 반려동물이 켄넬이나 가방 안에 있어야 탑승 가능하므로. 코천이는 중형견이라 그게 불가능하다.)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예전에도 한 번 택시를 타본 경험이 있어서 중형견이 몸줄만 한 채로 일반택시를 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설령 추가 금액을 지불한다고 해도 거절하는 기사님의 마음(좌석이 더러워지거나 하면)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가고 싶은 상황에서 두번째로 연결된 기사님이 OK를 했다. 병원에 가서 무사히 진료를 받고 병원에서 같은 방법으로 또 택시를 호출했다. 밖은 여전히 거센 비가 내리고 있다. 집에 가는 택시도 추가 금액을 지불했는데 금액을 드릴 때 기사님은 "이거 받아도 되나."라고 하셨지만, 기사님이 아니었다면 나와 코천이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기사님에겐 별 거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별 거였기에 추가금액을 드리고도 고마웠다. 병원에 갈 때와 집으로 갈 때 두 분의 기사님이 단순히 추가 금액때문에 승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추가금액이 없었다면 쉽게 승낙하셨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나는 두 분의 기사님덕분에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에 코천이와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고 택시 기사님들이 '운이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금액은 나에게 '큰 도움'이었으므로 전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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