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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38. 대응과 반응이 나다

by 이문연

그런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이유는 좋은 내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랑 핀트가 안 맞거나 케미가 안 맞거나 궁합이 안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자꾸 삐걱댄다. 안 맞는 면모가 많으면 많을 수록, 크면 클수록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적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 편한 사람,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나의 싫은 모습을 끄집어내는 사람이 미웠다. '왜 꼭 그렇게 말하는 걸까, 그 선택이 최선인 걸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때문에 나의 싫은 모습이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항상 멋진 사람이 될 수는 없다. 항상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없다. 때로는 찌질하고 싫은 모습도 튀어나오는 것이 인간적인 것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가급적 나의 싫은 모습을 적게 확인하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싫은 모습을 나오게 하는 사람과 거리를 둬야겠지만 싫은 내 모습이 아닌, 가급적 그래도 그나마 괜찮은 모습은 무엇인지를 선택해 드러내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대응과 반응은 나다. 상대방에 따라 튀어나오는 모습이 휘둘릴 수도 있지만 튀어나오는 모습 역시 나라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어떤 대응과 반응을 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자. 자존감으로 거리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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