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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57. 발가락 춤추기

feat. 뜨거운 안녕

by 이문연

난 성시경표 발라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뭐랄까. 좀 느끼하다랄까. 차라리 규현의 음색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한 보이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카더가든의 '가까운 듯 먼 그대여'나 (여기까지 쓰고 생각해봤는데 '발라드'라는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떠오르는 가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경쾌한 노래가 듣고 싶어 발라드 가수들이 피처링한 싸이 노래를 듣는데 성시경이 피처링한 '뜨거운 안녕'에 꽂혔다. 이 노래 나왔을 때도 이렇게 듣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 후렴구의 중독성이 장난 아니다. 게다 성시경의 부드럽고 시원한 보컬이 싸이의 랩과 너무 잘 어울려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출근 길에 들으면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흥은 나는데 몸은 흔들 수 없고 이어폰을 꽂고 덩실거렸다간(물론 그럴리는 절대 없지만) 도라이 기운에 취해 잡혀갈 수도 있다. 발가락을 신나게 들썩거리다 아래쪽을 쳐다봤다. 이런... 앞 부분이 뚫려있네. 하지만 괜찮다. 무좀에 걸려 꼼지락 거리는 걸로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으로 돌부처처럼 미동도없이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는 것을 '발가락 춤추기'로 해석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이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할 리가 없다. 버스에서 사람들과 같이 성시경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그냥 콘서트를 가~) 쌩판 모르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덩실거리고 싶다. 하지만 사회적 체면과 매너로 상상에 그칠 뿐이다. 아니, 발가락만 들썩거릴 뿐이다.


* 오늘 안 사실인데 '뜨거운 안녕'은 원곡이 따로 있었다. TOY의 객원가수 이지형이 부른 버전이 원곡이다. 원곡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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