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나에게 찾아왔다. 원래 계절마다 찾아오는 신이긴 한데 빨리 갔으면 좋겠다.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아이템만 벌써 몇 개다. (하지만 사지는 않는다) 그러고보니 그 신의 이름을 바꿔야 할까. 지름신은 지름을 내리는 신인데 나는 지름을 받지 않고 무사?히 버티고 있으니 지름신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게 아닌가. 하지만 괜찮다. 내가 아니더라도 지름신의 지름을 내림받은 이들은 엄청 많을테니까. 왜냐하면 이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며 늘 이쯤이면, 매년 지름신을 부르는 주문도 잊지 않고 소환되기 때문이다. '옷장에 입을 옷이 없어' 이 주문 한 마디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지름신이 뿅하고 나타난다. 지니는 램프를 문지르면 나타나지만, 지름신은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이 없다고 주문을 외면 나타난다. 사고 싶은 옷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니, 오해의 소지를 바로 잡는다. 사고 싶은 옷은 많으나, 실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아봤을 때 썩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하지 못해 다행이다.
1) 욕구의 발현
2) 원하는 아이템의 정립
3)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발견
4) 합리적 판단(그냥 넘어가자)에 의한 구매 결정
5) 한 계절동안 잘 입기
5단계를 걸쳐 구매에 이르는데 3번에서 턱턱 걸리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름신은 나에게 와서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영 맥을 못추다가 떠나기를 바란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