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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15. 2018

사소한 글쓰기(45) 이웃 동물 [관찰기]

혼자하는 글쓰기 5권

에피소드(1) 이웃 냥이 이름은 꼬양


누군가에게 길냥이는 성가신 존재일 수 있지만 저에겐 동물 감성을 채워주는 존재입니다. 동물 감성이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동물을 보거나 만지거나 함께 하는 것으로 채워가는 긍정적 감성을 말합니다.(제가 만든 말입니다) 반려 동물을 키울만한 환경도 안 되지만(반려 동물이 허용되지 않는 원룸에 살다보니) 책임지는 것으로 생기는 부자유를 감수할 만큼의 동물 감성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의 안부를 걱정하고, 가끔 물과 황태채를 챙겨주면서 그들의 귀여움과 시크함을 마음껏 즐기는 수준인 길냥이의 존재는 저에게 최적의 포지션인 거죠. 이기적 동물 감성이지만 원룸 거리의 고양이 가족들은 그렇게 원룸 생활자들에게 작은 기쁨이 됩니다.


집 근처에서 자주 보는 고양이 가족은 엄마 한 마리와 새끼 4마리 총 5마리입니다. 매일 보는 그들에게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꼬양'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사실 고양아~라고 다 부르기 귀찮아 줄여 부르다보니...) 그런데 다 똑같은 털을 가지고 있어 누가 엄마인지 누가 첫째인지 누가 막내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그 중의 한 마리가 어떤 사고?때문인지 꼬리가 반밖에 없는데 그 특성으로 인해 그 아이만 구별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구별이 안 되는 엄마와 남매들은 저에게 모두 꼬양입니다. 운이 좋으면 아침 출근길에 식빵 자세를 하고 앉아있는(마치 오늘도 수고하게나!라며 말을 거는 것 같죠) 꼬양을 볼 수 있습니다. 거리가 한산한 오후에는 햇빛을 받아 따뜻한 철판?위에서 노곤노곤한 표정을 짓고 있기도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들은 말투, 표정, 제스처로 자기에게 해가 될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꼬양~ 꼬양~' 말을 걸면서 물과 밥을 주고 안부를 물어서 그런지 이제는 꽤 '이웃 사람, 이웃 동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꼬양이들은 저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지그시 쳐다보면서 '왔어?'라고 인사합니다. 그러면 저도 꼬양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전합니다. 치킨 박스의 닭뼈는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둥, 차는 조심해야 한다는 둥,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뒤지지 말라는 둥 말입니다. 실제로 원룸 골목에는 저 말고도 길냥이들을 캐어하는 원룸 생활자들이 많습니다. 건물 곳곳에 있는 물 그릇과 밥 그릇을 보면 알 수 있죠. 길냥이들은 그들의 귀여움과 시크함을 무기로 원룸 생활자들의 동물 감성을 자극합니다. 원룸 생활자들은 각자만의 이유로 길냥이들을 캐어합니다. 꼬양이들을 보는 게 좋습니다. 누가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이제 저를 알아볼 것입니다. '쟤 또 말 건다. 아는 척 좀 해줘.' 이런 눈빛으로 말이죠.



에피소드(2) 탄천 오리 스토커


동글동글하고 보들보들한 것들이 주는 평안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탄천에 있는 오리들을 쳐다보게 됩니다. 그들의 일상은 평화로워보이고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집니다. 아침에 나가면 밥을 먹는 오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고개를 물 속에 넣어 열심히 먹이를 찾고 때로는 깊은 물 속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식사를 즐기기도 합니다. 부력때문에 그들의 꼬리는 하늘을 향해 봉긋? 치솟아 오르고 행여나 고꾸라지지는 않을까 물갈퀴로 살랑살랑 균형을 잡습니다. (사실 한 번쯤은 고꾸라지는 오리를 보고 싶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식사시간을 끝낸 오리들은 몸치장을 합니다. 부리로 털을 정리하고, 물을 끼얹습니다. 언젠가 TV에서 오리고기는 닭고기보다 털과 껍질 부분에 기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검색해봤습니다. 오리의 꼬리 부근에는 기름 분비선이 있어 그걸 털에 바름으로 물이 털 속으로 스며들지 않게 한다네요. 몸치장은 털에 기름을 바르는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 오리는 잡식성(습지식물, 곤충, 작은 수생동물, 식물뿌리, 씨, 달팽이, 곤충, 작은 조개)이라고 합니다. - 네이버 지식 백과


그렇게 아침 활동을 끝낸 오리들은 유유히 탄천을 산책합니다. 새끼 오리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연인? 오리와 함께 하기도 합니다. 새끼 오리들은 어른 오리와는 또 다른 평안?을 주는데 그것은 엄마 미소 짓게 하는 궁극의 귀여움입니다. 그들은 작고 보송보송합니다. 아직 어른 털이 나기 전의 솜털이라 생김새도 애긔애긔합니다. 뚜껑만 갈색이고 몸통은 하얀색인 주전자같다고나 할까요? 실제 새끼 오리의 털은 윗부분만 갈색이고 나머지가 다 하얗습니다. 그들은 막 수영을 배워서 신이 나 있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 신나게 잠영을 하다가 물위로 나올 때면 '푱'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동글동글하고 보송보송한 그들을 만져볼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에 새끼 오리를 계속 찾게 됩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 탄천의 오리들은 번식에 성공하겠지만 그들의 연애?활동에 응원을 보내는 바입니다. 



* 이미 좀 큰 오리들이라 주전자 뚜껑(갈색과 흰색의 분리)과 같은 귀여운 털 색은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저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안겨준 오리 커플이 있습니다. 그들은 평범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갈색 오리가 아닙니다. 탄천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청둥 오리와 순백 오리 커플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어느 순간 탄천에 나타나 내가 볼 때마다 둘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애정도를 자랑?했습니다. 밥 먹을 때도 붙어 있고, 몸 치장 할 때도 붙어 있고, 잘 때는 순백 오리 혼자 있길래 웬열? 이라며 주변을 살폈더니 아니나 다를까 풀숲에 섞여 잘 보이지 않았던 청둥오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비주얼에서도 단연 돋보였는데 알록달록한 청둥오리도 예쁘지만 하얗고 깨끗한 순백오리와 서로 가까이 다니는 것으로 서로를 더욱 빛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적인 커플을 어떻게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비주얼 최강에 금슬도 좋아 같이 있는 것으로 서로가 빛나는. 말이 통하지 않기에 그들의 사정(저는 순백 오리가 암컷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암+암 또는 수+수 커플인 거 아냐?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습니다)은 알 길 없지만 그들을 보며 저런 짝꿍을 만나고 싶다 흐뭇해지는 인간이 저 말고 또 있을 거라 위안삼아 봅니다.



(1) 내 주변을 관찰한 것을 써보자. (ex: 책상 관찰기, 옷장 관찰기 등)

(2) 내 주변의 이웃 동물은 무엇이 있는지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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